어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관세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한 것 외에도 외교·안보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 특히 주목되는 건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게 결단해달라”고 요청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핵추진 잠수함 능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는 점이다.
한·미는 원자력협정 개정에 상당한 의견 접근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개정되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이번에 미국이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만큼 협상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핵추진 잠수함 원료로는 보통 고농축 우라늄이 쓰이는데 현재의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우리는 20% 미만 저농축우라늄만 조건부로 생산할 수 있고 군사적인 사용은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현재 한국은 원전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가득 차 있어 가동을 중단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가 허용되면 에너지 추가 확보와 함께 폐기물 양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안보는 물론 원자력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이번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북한은 지난 3월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고 밝히고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기술 이전이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본 역시 최근 연합정부를 구성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핵잠수함 보유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자칫하면 한국 혼자만 디젤 잠수함으로 영해를 지켜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도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려는 게 아니다.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잠수함들을 추적하는 데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핵무장 우려를 덜어주면서 미국이 원하는 한국의 자체 방위력을 높이고 중국 견제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대담한 승부수를 던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큰 기대가 없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관세협상 타결은 물론 ‘안보 패키지’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동맹외교, 실용외교가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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