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랑스도 못 피한 신용등급 강등…재정중독 이렇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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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14 17:47 수정2025.09.14 17:47 지면A35

재정적자 늪에 빠진 프랑스가 결국 국가신용등급까지 강등되는 수모를 당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한 곳인 피치는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한국(AA-)보다 낮은 ‘A+’로 떨어뜨렸다. 유로존 최대의 재정 적자와 정치 혼란을 이유로 2023년 4월 ‘AA’에서 ‘AA-’로 강등한 지 2년5개월 만에 프랑스 등급을 또다시 끌어내린 것이다. 11월 발표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급도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만큼 프랑스의 신뢰도는 추락하고 있다.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에 나서는 한국으로서도 남의 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프랑스의 추락은 알려진 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 탓이다. 지난해 프랑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8%로 유로존 평균(3.1%)을 크게 웃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불가피하게 정부 지출 동결과 공휴일 축소 등을 담은 긴축안을 내놨지만, 고통 분담을 거부한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지난해 9월 가브리엘 아탈 총리, 12월 미셸 바르니에 총리에 이어 올해 9월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내각이 연이어 총사퇴하는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프랑스 사례는 선진국이라도 재정 씀씀이의 둑이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프랑스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00년 60%에서 2010년 85%, 2019년 98%, 2025년 1분기 114% 등으로 놀라운 속도로 증가했다. 60% 수준의 국가부채 비율이 불과 20여 년 만에 두 배로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19 사태 등 대외적 요인에다 자체적인 복지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제동 장치가 사라진 탓이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신임 총리는 취임 직후 더 일하는 프랑스를 만들기 위해 추진한 공휴일 축소안을 여론 반발 탓에 포기하기로 했다. 한번 덜 일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그만큼 바꾸기 힘들다는 의미다. 생산성 제고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 4.5일 근무제 논의가 곤란한 이유다. 우리 정부가 꺼내든 재정 확장도 우려할 점이 적지 않다. 내년 말 국가채무비율이 51.6% 정도라서 괜찮다고 해선 안 된다. 프랑스를 보면 금방 100% 이상으로 올라가고 국가 신뢰도는 추락할 수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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