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또 "북한은 핵보유국"…비핵화 원칙까지 흔들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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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26 17:25 수정2025.10.26 17:25 지면A3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다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제 “나는 북한은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락한다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김 위원장의 호응을 유도해 깜짝 회동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그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북핵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로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지난 1월 20일 북한 김 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불렀고, 지난 3월에도 뉴클리어 파워로 다시 지칭하며 북한을 인도, 파키스탄 같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간주하는 듯이 말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원칙과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포함한 ‘END 이니셔티브’를 대북 정책으로 제시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핵보유국 언급’은 이런 양국 정부의 원칙과 다르게 읽힐 소지가 크다. 핵보유국 지위 인정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요구해온 것으로 지금까지의 한·미 정부 기조에 어긋난다. 비핵화 협상을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 상태에서 벌이느냐 아니냐도 엄청난 차이일 수밖에 없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어제 TV 인터뷰에서 “미국과 소통하고 있지만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이뤄지면 성원하려 하나 특별히 알고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북핵 문제의 관전자가 아니라 직접적인 당사자라는 점이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사전 조율 없이 미·북 정상 만남부터 덜컥 성사되면 이후 어떤 파장이 생길지 알 수 없다. 우리 입장을 제대로 알리는 더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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