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택배기사도 소비자도 원치 않는데 … 새벽 배송 금지하라는 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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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29 17:46 수정2025.10.29 17:46 지면A35

민주노총이 택배기사의 건강권 보호를 앞세워 새벽 배송 중단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쿠팡, 컬리, CJ대한통운 등 배송 기업과 더불어민주당, 양대 노총이 참여한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해서다.

소비자, 유통회사는 물론이고 새벽 배송 근로자 상당수가 원하는 서비스를 강제로 막겠다는 발상이 놀랍다. 오후 10~12시에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집 앞으로 배달해주는 새벽 배송은 국민 삶을 업그레이드시킨 대표적인 생활밀착형 서비스다. 새벽 배송 만족도가 98%, 계속 이용하겠다는 사용자가 99%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이용자도 2000만 명을 웃돈다. 새벽 배송이 없으면 생활이 어려운 맞벌이 부부, 비도시지역 거주자가 수두룩하다.

새벽 배송 금지는 고수익 일자리를 원하는 근로자 선택권을 제약하기에 외려 반노동적이다. 건당 택배비가 주간 배송의 1.5~2배 수준인 새벽 배송 금지는 근로자를 더 열약한 노동으로 몰아넣을 개연성이 크다. 한국노총이 “기사 수입이 줄고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며 새벽 배송 금지에 반대하고 나선 배경이다. 야간 근로가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이분법도 공감하기 어렵다. 도로가 뚫린 밤에 배달을 끝내면 더 많은 휴식시간 확보로 노동자 건강에 기여하는 측면이 공존한다.

새벽 배송은 ‘빠른 서비스’를 넘어 물류를 재설계한 유통시스템의 진화로 봐야 한다. 새벽 배송을 위해 기업들은 수조원을 들여 냉장물류센터, 자동화시스템 등 야간 콜드체인 인프라를 구축했다. 금지한다면 막대한 투자비용 매몰은 물론이고 전자상거래 물류가 10년 전으로 후퇴하게 된다. 영업을 접어야 하는 소상공인도 속출할 것이다.

상궤를 벗어난 민노총 행보에 ‘쿠팡 길들이기’라는 말까지 돈다. 세 불리기에 어려움을 겪으며 한노총에 밀리는 쿠팡 사업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시각이다. 황당한 주장이지만, 민노총이 논쟁적인 이슈를 제기하고 여권이 상당 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대화 기구가 운영돼 왔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크다. 정부·여당은 억지 주장에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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