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채 발행 요건에 ‘예측하지 못한 긴급한 재정 수요에 필요한 경비 충당’을 추가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 의결됐다. 공유재산 조성, 재해 예방·복구, 천재지변 등으로 엄격히 제한된 지방자치단체의 채권 발행 요건을 대폭 완화한 조치다.
이제 지방정부는 소비쿠폰, 소상공인 지원, 경기 부양 등 그럴싸한 명분을 만들어 손쉽게 빚을 늘릴 수 있게 됐다. ‘긴급한 재정 수요’라는 개정안의 추상적 문구는 지방채 발행의 사실상 자유화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지자체 10곳 중 9곳이 재정자립도 50% 미만인 현실에서 더 많은 빚을 더 쉽게 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여당이 휴일에 본회의를 열고 입법 속도전에 나선 것은 두 차례 소비쿠폰 발행에 수반되는 재원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지자체의 원성 때문이다. 지자체는 소비쿠폰 발행액의 10%(서울시는 25%)를 부담해야 하지만 현행법상 소비쿠폰 재원 마련용 지방채 발행은 불가능하다. 이에 다수 지자체가 재난·재해기금을 전용하거나 예비비를 투입한 탓에 그 예산을 지방채 발행액으로 메워야 할 처지다. 전용예산 규모는 서울시 3500억원, 부산시 966억원, 인천시 480억원 등에 달한다.
지방채 발행 빗장이 풀리며 가뜩이나 심각한 지자체의 재정 부실이 가속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현금 살포 정책이 잇따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국채를 경기조절 수단으로 활용하는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정부는 지방채 발행에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지방자치법은 당해 연도 세입 내에서 지출하는 ‘수지균형의 원칙’을 지키도록 정하고 있다.
지방채는 상환 재원을 예산으로 마련해야 하는 만큼 연착되는 세금고지서나 마찬가지다. 예산 대비 발행액 규제 등의 제한이 있다지만 중앙정부·지방정부·지방의회가 담합하면 우회할 길은 많다. 이번 개정이 나라 전반의 포퓰리즘 확산을 부르는 제도적 통로로 악용된다면 최악이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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