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올해부터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소비전력이 칩 하나당 1.4㎾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이 회사가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네이버 등에 판매하는 GPU는 총 26만 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전력 설비와 냉방 장비 등까지 넣으면 1GW에 육박하는 전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전력 소비량의 1%에 해당하는 전력량으로, 초대형 원전 1기를 추가로 건설해야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
정부는 2038년 데이터센터용 전기 수요가 2024년보다 1.8GW 늘어날 것이라는 가정하에 전력수급 계획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엔비디아 GPU가 잡아먹을 전기만 따져도 정부 예측치의 절반을 넘는다. 오픈AI, 아마존웹서비스 등 미국 빅테크들이 한국에 경쟁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1.8GW 추가 생산만으론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어 보인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정부는 느긋하기 짝이 없다. 신규 원전 부지를 선정하는 절차는 중단됐고, 부산 기장 고리원전 2호기 계속 운전 결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고리 2호기는 40년 된 원전으로 얼마든지 추가 운영이 가능한 설비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원전 운전 기간은 80년이 넘는다.
송전망 등 전력 인프라 구축도 쉬운 일이 아니다. 수도권에서 건설 인가를 받은 데이터센터 중 절반 이상이 인근 주민의 민원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경기도 시흥캠퍼스 내에 AI 컴퓨팅센터 건립을 추진한 서울대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전자파 피해를 우려하는 시흥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 위기에 놓였다.
정부와 기업이 엔비디아의 협조를 얻어내면서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참에 전력 공급을 대폭 늘리고 전력 인프라 구축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 경쟁국은 웃돈을 주고도 못 구하는 GPU를 확보했는데 전력이 부족해 시설을 놀리는 상황은 피해야 하지 않겠나.

6 days ago
5
![[기고] AI 제조 혁신의 성패, 내재화·생태계 구축이 가른다](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닷컴 버블의 교훈[김학균의 투자레슨]](https://www.edaily.co.kr/profile_edaily_512.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