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 이후 만원 지하철에 탈 때면 이태원 골목길이 떠오른다는 시민들이 많다. 발 디딜 틈 없는 열차에 몸을 욱여넣는 일상이 불편함을 넘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걸 온 국민이 실감했다. 사고 후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우리의 출퇴근길은 떠밀리고 짓눌리고, 때론 숨쉬기조차 힘들다.
동아일보가 이용객이 많은 서울의 상위 5개 지하철역 승강장의 출퇴근길 인파 밀집도를 최근 분석한 결과가 놀랍다. 잠실역을 제외한 4곳에서 사람이 떠밀릴 정도인 ‘1㎡당 2.5명’을 훌쩍 넘었다. 강남역(4.0명), 홍대입구역(3.9명), 서울역(3.5명), 구로디지털단지역(3명) 순이었다. 승강장 계단은 특히 더 붐볐다. 강남역의 경우 1㎡당 4.8명, 구로디지털단지역은 4.3명에 달했다. 1㎡당 5명이 넘으면 압사 사고 위험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계단에선 한두 명만 넘어져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옥철로 악명 높은 김포골드라인과 서울 9호선은 출퇴근 시간대 열차 내 승객이 정원의 거의 두 배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서울의 다수 지하철역에서 당장 압사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지만 안전 관리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이태원 사고 후 역사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인파 밀집 실시간 감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시행되는 곳은 많지 않다. 취재팀이 지켜본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선 열차 출입문 1곳에 승객 50여 명이 몰려 줄이 승강장 계단까지 이어졌지만, 이 역은 안전요원이 아직 배치되지 않았다. 정부의 군중 관리 실패로 159명이 희생되는 참사를 겪고도 승객들의 시민의식에 기대 사고를 막아야 하는 실정인 것이다.
한국은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고 그 안의 교통망이 발달해 있어 인파가 한곳에 집중되기 쉬운 환경을 갖고 있다. 다중 밀집에 대비한 안전 대책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론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대안이 절실하다. 이태원 사고 당시 외신에선 과밀에 익숙한 채 살아온 한국인들이 인파로 가득 찬 상황에 대해 경각심을 크게 갖지 않았던 것도 한 원인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상화된 과밀사회를 바꾸지 못하고 또다시 무뎌지면 참사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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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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