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 집 앞이 세계의 문”… 대청소로 APEC 돕는 경주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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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똘똘 뭉친 경주 시민들이 ‘1000년 고도’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28일 경북 경주시 황리동에서 만난 김성오 씨는 뚝 떨어진 기온에도 골목을 쓸고 닦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집 앞 골목도 APEC 무대 아니겠냐”며 “경주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경주시는 1월부터 매월 넷째 수요일을 ‘APEC 클린데이’로 정했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집 앞 골목부터 버스터미널, 주요 관광지 등을 청소해 왔다. 황리단길 상인들도 동참해 화장실 100곳을 깨끗이 청소한 뒤 무료 개방했다.

나이도, 직업도, 국적도 다르지만 APEC 성공을 위해 마음을 모은 자원봉사자들의 활약도 뭉클하다. 경주시가 동국대와 함께 운영한 ‘APEC 시민대학’에는 시민 3000여 명이 참여해 APEC에 대해 공부하고 글로벌 에티켓을 익혔다고 한다. 국제 미디어센터, 호텔, 관광지에는 25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배치돼 행사 진행을 돕고 통역을 맡는다. 경북 지역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 200명도 자원봉사자로 나서 15개 언어로 통역을 한다.

경주는 도시 전체가 불국사, 황룡사, 첨성대 등 신라의 역사가 집적된 거대한 박물관이다. 경주의 찬란한 전통은 첨단 기술과 공존하며 미래를 보여준다. 자율주행 버스가 APEC 회의장을 순환하고, 확장현실(XR)로 신라를 재현한 버스가 주요 유적지를 달린다. 공항과 숙소에는 인공지능(AI) 통번역기가 설치됐다. AI 통번역기는 식당 주문도, 택시 탑승도 돕고 있다.

APEC은 그 자체로 거대한 다자 외교 무대지만 이번에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정상은 물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세계적 기업인들까지 1700명이 집결한다. 특히 글로벌 통상 질서가 재편되는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려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2·3 계엄 이후 국정 혼란을 극복하고 경제, 문화 강국에 올라선 한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다. 경주 시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과 포용적인 태도가 그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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