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을 찾아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진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어제 귀국한 김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미국이 ‘일본 모델’을 요구했는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고,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엔 “모두 수용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한국 측 관세협상 대표의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볼 때 한·미 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의 방미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미국이 원하는 대로 3500억달러를 내놓으라는 것은 분명 과도한 요구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관세를 15%가 아니라 25%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협박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익에 반하는 어떤 결정도 하지 않겠다”고 가이드라인을 정함으로써 이번 협의에서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낮았다.
하지만 시간을 마냥 끄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일본은 내부에서 ‘굴욕 합의’ 논란은 있지만 16일부터 자동차 관세가 27.5%에서 15%로 낮아진다. 한국은 여전히 25%로 일본보다 현저히 불리한 처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같은 3만달러 자동차라도 관세에 따라 한국 차가 3000달러(약 416만원) 비싸진다. 미국과 협상을 마친 유럽연합(EU)에도 차 관세 15%가 적용되면 한국 차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본처럼 ‘퍼주기’에 나설 수만도 없다. 우리의 경제 규모나 4100억달러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고려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재임 기간 3500억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조달해 미국에 보내는 건 무리다. 결국 협상의 기술을 발휘해 국익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게 최선이다. 예를 들어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는 마스가 프로젝트로 확정하고 2000억달러는 직접 투자와 대출, 보증 등의 조합으로 합의하는 게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한·미가 감정적인 거친 발언을 주고받으며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상회담에서 구축한 신뢰에 기초한 최고위급 대화로 매듭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시도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