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아세안 7개국 등 21개 회원국 정상이 참석해 경제, 무역, 투자와 글로벌 현안 등을 논의하는 중요한 다자외교 무대다. 이런 큰 행사를 무사히 치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계엄,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으로 이어진 정국 혼란 속에서 제대로 된 준비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 차질 없이 행사를 치러 한국의 회복탄력성을 전 세계에 입증한 것은 큰 점수를 받을 만하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과 무역전쟁 담판으로 더 주목받았다. 우리에게도 트럼프와는 관세협상 최종 타결, 11년 만에 방한한 시진핑과는 한·중 관계 회복이라는 중대사가 걸려 있었다.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던 한·미, 한·중 정상회담이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관세협상이 전격 타결됐다.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조건도 우리 측 요구를 상당폭 반영한 양보를 얻어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라는 깜짝 카드를 내밀어 트럼프의 승인을 이끌어낸 것도 예상치 못한 성과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10년 이상 소원한 양국 관계를 정상화할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해 인공구조물, 한한령(限韓令), 한화오션 제재 등 중국 측에 민감한 문제를 제기하고 소통을 통해 풀어나가기로 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한·중 관계를 전면 복원했다”는 대통령실의 자평이 다소 성급해 보이기는 하지만, 처음 대면한 정상들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도 긍정적이다. 강경 보수로 평가받는 다카이치 총리와의 만남에 불안한 시선도 있었지만, 미래지향적 협력과 ‘셔틀 외교’를 지속하기로 해 우려를 덜었다.
특히 이 기간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26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제공 의사와 함께 ‘인공지능(AI) 동맹’을 제안한 장면은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실용·동맹 외교로 얻어낸 성과들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해 주길 바란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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