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성장펀드 성공하려면 벤처투자 규제부터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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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11 17:29 수정2025.09.11 17:29 지면A35

국내 주요 기업 경영자들이 그제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스타트업 투자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산업 생태계의 뿌리인 스타트업을 되살리려면 기업을 키우는 전문가인 대기업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대기업이 금융기관, 정부와 함께 투자하면 성공 확률이 높은데, 금산분리 제도 때문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한국에만 있는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금산분리 규제가 없어질 경우 셀트리온이 5000만원을 투자하면, 은행은 5억원을 더 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일반 지주회사는 CVC를 자회사로 둘 수 있지만, 반드시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투자금을 조성할 때도 외부 자금은 40%까지만 허용되고, 차입도 자기자본의 200%까지만 가능하다. 반면 일반 벤처캐피털(VC)은 1000%까지 외부 자금을 빌릴 수 있다. 2021년 16조원에 육박한 한국의 벤처 투자액은 지난해 11조원대로 30% 넘게 줄었다. 대기업 투자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해 CVC 투자는 3056억원으로 22년(1조7318억원)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체 벤처투자의 70%(올해 1분기 금액 기준)가 CVC를 통해 이뤄지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투자금을 모을수록 창업자의 지분이 희석되는 구조에도 손을 댈 필요가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투자금을 모으다 보면 지분율이 떨어져 회사 컨트롤이 어려워진다. 황금주를 주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황금주는 적은 지분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특정 의안을 방어할 수 있는 주식을 뜻한다. 한국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지만, 상장 후엔 이 혜택이 사라진다.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기업의 도전을 가로막는 규제 혁파가 병행돼야 한다. 특히 첨단산업의 첨병인 스타트업 관련 규제는 전향적으로 풀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매년 수백 개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쏟아지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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