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100일 성과 브리핑에서 “한국과의 협상 윤곽이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선거 일정으로 협상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오히려 반대”라며 “(한국 측이)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서서 일을 마무리하고 (그 성과를 가지고) 선거운동을 하려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한미 통상협의 후엔 “한국이 최선의 제안을 가져왔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취임 100일 브리핑이란 성격상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국내용’ 발언일 수 있다. 다급한 미국 측이 조기 타결을 끌어내 보려는 심리전 성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한국 측이 협상을 서두르는 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선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하거나 논의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반박에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대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의심스러운 처신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연이은 외신 인터뷰 등을 통해 관세 협상을 직접 지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외신 인터뷰에선 미국의 관세 조치에 “맞서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사실상 마지막 국무회의에선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며 성과를 과시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이번 관세 협상은 결과에 따라 수출, 내수는 물론 한국 경제산업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철저히 국익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지, 일말이라도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을 위한 정치적 고려가 들어갔다는 의심을 남겨선 안 된다. 정부는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고 우리의 카드를 고려해 협상의 판을 깔아 놓는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 최종 협상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차기 정부의 몫으로 남겨 놓는 게 국익이자 순리다.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