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장관은 “한국은 이재명 대통령이 (워싱턴에) 왔을 때 서명하지 않았다. 일본은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5500억 달러(약 764조 원) 대미 투자 패키지에 합의한 것처럼 한국도 빨리 사인하란 요구다. 일본은 미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 대상과 액수를 지정하면 45일 안에 자금을 대고,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는 5 대 5, 이후 미국 9 대 일본 1의 비율로 수익을 나누는 협상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규모 등에 차이가 큰 만큼 일본과 같은 투자 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2배가 넘고, 외환보유액은 일본이 1조3242억 달러로 4163억 달러인 한국의 3.2배다. 일본은 최악의 상황에선 엔화를 찍어 대외 채무를 갚을 수 있는 준(準)기축통화국이고, ‘달러 마이너스통장’으로 불리는 통화스와프를 미국과 맺은 나라라는 점도 한국과 다르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가 임기 내 투자를 요구하는 3500억 달러는 한국 외환보유액의 84%에 해당하는 수준의 금액이다. 투자 기간을 충분히 늘려 잡고, 방식도 직접투자가 아닌 대출·보증 중심으로 바꾸지 않으면 심각한 외화 유동성 문제까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한미 협상의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보다 10%포인트 높은 대미 관세 때문에 우리 수출기업들이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게 딜레마다. 지금은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분명히 전달해 한국을 ‘머니 머신’ 취급하는 미국을 설득하는 게 급선무다. 향후 계속될 막바지 협상에서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총동원해 돌이킬 수 없는 국익 훼손을 막아야 한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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