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금융은 디지털 전환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모바일과 플랫폼 혁신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이제 막 디지털 전환 궤도에 오른 시점에 또 다른 차원의 변화가 밀려오고 있다. 인공지능(AI)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이다. 디지털 전환이 업무 효율화와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췄다면 AI 전환은 ‘결정 방식’을 바꾸는 혁신이다. AI는 데이터를 읽고 판단하며 금융의 핵심 구조인 리스크 관리, 신용평가, 투자판단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정의를 바꾸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데이터 많지만 … 기술 아닌 전략의 문제
금융권 안팎에서는 ‘데이터는 많은데 전략이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방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AI 금융 서비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 효과를 체감하는 금융사는 많지 않다. 여전히 경험의 관성이 남아 있고 데이터가 전략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이런 한계를 깨뜨리는 전략적 도구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데이터를 비즈니스의 언어로 바꿔 리스크 관리와 규제 준수, 고객 신뢰라는 금융의 본질적 과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
글로벌 선도 은행들은 AI를 컴플라이언스·리스크 관리에 내재화하며 효율성과 신뢰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또 다른 글로벌 금융사는 생성형 AI로 데이터 품질 관리와 의사결정 체계를 통합, 경영 판단력을 함께 고도화했다. 이는 AI가 기술이 아니라 전략 실행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기술 투자나 시스템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데이터 중심 산업’으로 불려온 금융이 이제는 ‘전략 중심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 혁신 … 모든 산업 지도 달라져
금융은 본질적으로 정보기술(IT)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면서 동시에 사람의 신뢰와 관계로 작동하는 산업이다. 이 지점에서 AI는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리스크와 신용, 자산 운용의 결정을 실시간으로 정밀화하며 진화한 금융은 자본의 흐름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산업 전반의 효율과 성장 속도를 끌어올린다. 신용평가와 리스크 분석이 갈수록 고도화할수록 혁신 기업들은 더 빠르고 합리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자본이 생산성이 높은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금융은 단순한 자본 관리자에서 산업 성장의 설계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BCG의 ‘2025 기업 및 투자은행 산업 전망 보고서’는 AI 전환을 선도한 기업이 후발주자 대비 유형자본수익률(RoTE)에서 최대 8%포인트 더 높은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간 거래(B2B) 결제·거래 부문에서 AI를 활용한 관계관리 혁신이 영업성과와 신뢰 모두를 높이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AI 전환의 궁극적 수혜자는 소비자다. 실시간 심사와 결제, 개인 맞춤형 한도,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는 금융 서비스의 체감 품질을 크게 높인다. 또 AI 기반의 사기 탐지·규제 준수 자동화는 금융의 신뢰 구조를 사후 대응형에서 사전 예방형으로 바꾼다. 거래가 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지면서 금융은 더 이상 ‘복잡한 산업’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인식된다.
자본 조달비용 낮추고 신뢰 강화
신뢰가 강화된 금융은 브랜드 가치와 평판 자본을 높이고, 이는 다시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추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AI는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를 복원하고 금융의 본질적 가치를 되살리는 힘이 된다.
한국은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반도체, 첨단 제조 등 핵심 산업에서 새로운 경쟁국이 빠르게 부상하며 주력 산업의 우위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의 가격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인구 구조 변화까지 겹치며 제조 중심 성장 모델의 한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이제는 산업 전반의 구조적 재편을 통해 새로운 생산성과 경쟁력의 축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금융의 AI 전환은 산업 전반의 변화를 촉진하고 첨단산업의 혁신을 가속하는 핵심 동력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고객 경험을 재설계하고 산업 질서를 새롭게 세우며 변화를 현실로 만드는 힘, 그 실행력이 앞으로의 10년, 한국 금융과 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도약시킬 기반이 될 것이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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