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한 뒤 본과 1학년 때인 1996년 무작정 서울대 의대 체육관을 찾았어요.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기분이 좋았죠. 근육이 붙자, 자신감도 생겼어요. 의대생으로 공부하다 보니 헬스클럽에 갈 짬을 못 냈죠. 그래서 점심시간을 쪼개서 운동했어요.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30분 집중적으로 운동한 뒤 공부했죠. 4학년 때 미스터 서울대 대회에 출전해 상위권에 입상하기도 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주 3회 이상 운동했고, 30년째 그 루틴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 원장은 잠시 서울대 역도부에 가입한 적도 있지만 주로 혼자 운동했다. 의대생, 인턴, 레지던트로 바빠 시간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보디빌딩 잡지 ‘머슬 & 피트니스(Muscle & Fitness)’를 보며 운동했다. 그는 “운동법은 물론 영양학 등 보디빌딩 관련 정보는 다 그 잡지에서 얻었다”고 했다. 본과 4학년 땐 그 잡지를 발행했던 홍영표 보디빌딩연구소 소장이 운영한 서울 중구 무교동 헬스클럽을 3개월 다니기도 했다.
최 원장은 2015년 병원 건물 화재로 모든 것을 다 잃은 뒤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다. 화병에 다시 우울증이 도졌고, 고혈압 진단까지 받았다. 그는 “근육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고혈압이라는 진단에 다소 당황했다. 그래서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전거를 탔다”고 했다. 그때부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병원(이촌동)까지 왕복 33km를 사이클로 출퇴근하고 있다.“당시 자전거를 타고 남산에 올라갔다가 숨이 차 심장마비 오는 줄 알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쉽게 올라가는데…. 그때 심폐기능도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죠. 사이클로 출퇴근하고 주말에 장거리 타기도 했더니 어느 순간 고혈압, 지방간 등 모든 만성질환이 사라졌어요.”
최 원장은 5월 경기도 가평에서 열린 자라섬그란폰도 130km도 완주했다. 해발 888m 화악산 등 누적 상승고도만 2400m인 ‘지옥의 코스’다. 완주 그 자체로 강철 체력임을 인증받는다.
최 원장은 최근 국민체육진흥공단 보디빌딩 생활체육지도사 2급 자격증을 획득했다. 보디빌딩을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다. 그는 “그동안 다소 무모하게 운동했다. 그래서 목과 허리 디스크, 무릎 등에 부상이 왔다. 특히 서핑을 즐기다 왼쪽 이두박근의 장두가 끊어지기도 했다”고 했다. “다친 뒤 시간이 없어 치료 못 받고 1년여 왼쪽 팔 운동을 못 했는데 재활 전문 트레이너가 ‘재활 훈련으로 주변 근육이 훨씬 강한 힘을 내도록 만들면 된다’고 했죠. 처음엔 의아했지만 진짜 계속 운동하니 다시 근육이 잡혔어요. 그때 운동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따려면 실기 시험은 물론 운동생리학과 운동역학, 스포츠심리학 등 스포츠과학 이론 시험도 치러야 한다. 최 원장은 “스포츠과학을 통해 그동안 풀리지 않던 의문점들이 많이 해소됐다. 이젠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최 원장은 ‘닥터 티타늄’으로 불린다. 티타늄은 가볍지만, 강도가 높고 부식에 강한 금속이다.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강인함을 상징한다. 의사이자 보디빌더인 그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탄탄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닥터 티타늄 TV’를 준비하고 있다. 의학 및 운동학적 지식을 융합해 제대로 된 운동법을 제공하고, 도핑 등 잘못된 관행도 지적하는 방송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제녹내장수술학회 펠로 인증을 받은 녹내장 수술 전문가인 그는 ‘녹내장 TV’를 운영하며 녹내장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의사는 주로 병자를 치료합니다. 운동은 달라요. 운동 중 사고로 인한 상해는 어쩔 수 없지만 잘못된 운동 습관으로 인한 상해는 막을 수 있어요. 또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운동법도 달라야 합니다. 제가 방송을 통해 그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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