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기수’냐, ‘여자 아베’냐 2강 체제 구축
이시바보다 우파적, 외교 파장 우려 있지만
한일 관계는 한국의 對日정책에 더 좌우돼
누가 집권해도 대일외교 흔들 변수 못될 것
현재 중의원에서 자민당과 연립 공명당은 합계 220석으로, 과반(233석)에 13석이 부족하다.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야당 의석을 합치면 230석이다. 의석수만 보면 야권이 연대할 경우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지만 야당은 각자도생으로 분열하고 있다. 누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뽑히더라도 여소야대의 상황에선 야당의 도움과 협력 없이 정권 수립도 정책 실현도 어렵다.
현재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64)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44)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64),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70),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51)도 출마가 예상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카이치와 고이즈미가 각각 20%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나머지는 한 자리대 지지율이다.
‘40대 기수론’의 고이즈미는 최근 쌀값 폭등을 막는 구원투수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젊은 개혁파로 리버럴한 색채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고 당내 의원들 사이에 지지세도 꽤 확보하고 있다. 반면 정책에 약하고, 미숙한 언행으로 실수가 잦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국내에선 ‘펀쿨섹좌’라는 별명이 붙게 된, 환경상 재임 당시인 2019년 “기후 변화는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하자”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하나 그가 독자적인 외교안보정책 노선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이즈미가 당선될 경우 기시다-이시바의 노선을 답습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우리의 대일외교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데 장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가 등장할 경우 한일 관계에 약간의 변화가 예상된다. 다카이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과 정책을 빼다 박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강한 일본의 재건, 수정주의적 역사관, 적극 재정 등 전통적 보수층이 희구하는 정책을 내세운다. 단호하고도 논리정연한 강경 발언에 매력을 느끼는 보수적 지지자들도 많다. 역으로 지나친 그의 우파적 언행과 이미지에 반발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
이에 그가 총리가 될 경우, 외교적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당내에도 적이 많고 야당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한 게 그의 약점이다. 다카이치가 새 총리로 등장한다면 야스쿠니 신사 참배,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 역사교과서 등 역사 인식 영역에서 한국과의 갈등과 충돌이 다소 재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포스트 이시바’ 자리에 오르더라도 한일 관계에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 첫째, 집권 자민당의 이념과 정책 스펙트럼을 고려할 때 총리 교체가 대외정책 노선이나 대(對)한반도 정책에 주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에서는 정권교체가 외교 노선을 통째로 바꿔 놓을 수 있지만,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자민당, 내각, 외무성의 견제로 인해 총리 1인이 외교 문제를 좌지우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둘째, 한일 관계의 존재 방식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일본의 대한 정책이라기보다는 한국의 대일 정책이다. 수교 후 한일 관계 60년의 역사를 보면, 누가 새 총리가 되든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든, 일본 국내 변수가 한일 관계에 주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의 정권교체를 비롯한 국내 상황 변화가 한일 관계에 주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다. 결국, 한일 관계의 모습은 한국이 일본과 어떤 관계를 맺어 갈 것이냐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상당 부분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재 한일 관계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구도 속에 끼어 있는 양자 관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속에서 한일 양국의 전략적 협력과 이익의 공유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일본의 새 총리 등장이 국익과 실용에 기반한 이재명 정부의 전략적 대일외교 추진을 흔들 정도의 큰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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