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열린 '제조 AX(M.AX) 얼라이언스' 출범식 행사에서 양희원 현대자동차 사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대한민국은 반도체, 자동차를 필두로 제조업에서 세계 5위 강국이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과 추월이 곳곳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글로벌 통상 환경까지 우리 제조업에 불리하게 변화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위기감이 K-제조업을 휘감고 있다. 고유의 강점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전환(AX)'을 통해 생산성을 혁신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이마저도 간단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출범한 'M.AX(Manufacturing AX) 얼라이언스'가 새로운 전환점으로 주목된다. 1000여개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들이 참여한 이 거대한 연합은 단순한 협력체가 아니라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제조업을 다시 세우기 위한 몸부림이다.
정부는 M.AX 얼라이언스를 통해 2030년까지 100조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산업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내년도 AI 예산을 올해보다 두 배 늘어난 1조1347억원으로 편성했다. 또 AI 팩토리 500개 보급, 자율운항선박 세계 최초 상용화, 휴머노이드 연간 1000대 양산, 업종별 AI 반도체 시제품 개발 등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번 얼라이언스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형 AI 민관 협력 모델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주도 아래 제조 대기업과 AI 스타트업, 소재·부품 기업들이 업종별로 모여 AI 모델과 제품을 공동 개발한다. 이는 민간 중심인 미국, 정부 중심인 중국과는 다른 한국식 실험이다. 이 모델이 성공한다면 제조와 AI를 융합한 새로운 제조업 성장의 서사가 대한민국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 우선 제조 데이터 개방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제조 데이터는 기업의 심장과 같은 자산이지만, 이를 내놓지 않는다면 얼라이언스는 공허한 선언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양질의 제조 데이터가 기업 내부에 갇히면, 기업 간 혹은 산업 간 협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할 신뢰 체계와 표준화, 보안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의 균형도 중요하다. 정부는 예산과 제도를 지원하되 기업이 스스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한다. 자칫 정부와 정책의 과도한 개입은 결국 규제로 작용해 민간의 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과의 조기 창출이다. 휴머노이드, 자율운항선박 같은 장기 과제는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AI 팩토리나 유통·물류처럼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얼라이언스의 동력이 살아날 수 있다.
'MAX'는 라틴어 막시마(Maxima)에서 유래한 '가장 위대한'이라는 뜻이다. 2030년 제조 AX 1등 국가가 되겠다는 비전은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1000개 기업이 모였다고 혁신이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기업 간 칸막이를 허물고 데이터를 나누며 민관이 함께 리스크를 떠안을 때 비로소 '가장 위대한 제조 강국 대한민국'이 현실이 될 것이다. 기업과 정부가 모두 '사즉생'의 각오로 뛰어들어야 한다.
양종석 기자 jsyang@etnews.com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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