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노화와의 싸움'에서 뒤처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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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노화와의 싸움'에서 뒤처진 한국

아침에 일어나 1만 럭스(Lux) 백색광으로 일광욕을 한다. 헴철 10㎎, 철 75㎎, 비타민C 250㎎을 복용한 후 귀에 전극을 붙이고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킨다. 다시 54개의 알약과 클로렐라 크레아틴 콜라겐 등으로 구성된 혼합물을 먹는다. 312개의 레이저 다이오드를 방출하는 모자를 쓴 후 1시간 운동을 하고 나서 복부에 고주파 전자기 자극을 준다. 그리고 34개의 알약을 추가로 복용한다.

미국 온라인 결제기업인 브레인트리 창업자 브라이언 존슨이 매일 아침 하는 항노화 루틴이다. 그는 젊어지기 위해 하루에 100가지 이상의 요법을 행한다. 여기에 쓰는 돈만 연간 200만달러에 달한다. 10대 아들에게 젊은 혈장을 수혈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글로벌 '항노화 열풍'

항노화는 21세기 바이오산업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가 갈수록 고령화하는 데다 웰빙 열풍으로 건강 수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중국 전승절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래 살수록 젊어지고 불멸에 이를 수 있다”는 등의 대화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을 정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노화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에 질병코드(MG2A)를 부여하고 노화 관리를 인류 보건의 핵심 과제로 삼았다. 시장조사업체인 IMARC그룹에 따르면 항노화 시장은 2024년 757억달러에서 2033년 1299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은 항노화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는 매년 약 6조원을 항노화 연구에 쓰고 있다. 일본은 2014년 재생의료법을 제정하며 줄기세포 시술을 항노화에 적용하는 길을 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왕실 주도로 설립된 비영리재단을 통해 매년 약 10억달러를 항노화 연구에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뒤늦게 항노화산업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3월 에이지테크(Age-Tech) 활성화를 위해 항노화 재생의료 관련 연구개발(R&D)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의료 등을 연구개발하는 벤처기업을 위한 ‘바이오 투자펀드’도 500억원 규모로 신규 조성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8월 기업과 정부 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을 연계한 항노화 연관사업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규제에 묶인 K바이오

바이오업계는 지원책 마련에 앞서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첨단 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이 대표적 사례다. 첨생법은 줄기세포 시술 등 첨단재생의료 임상 치료를 중대·희소·난치 질환에 국한하고 있다. 2020년 첨생법 제정 이후 이 법에 근거해 항노화 치료제 개발에 나선 기업이 한 곳도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한국 환자는 항노화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러 일본 원정에 나서고 있다.

항노화는 이제 거대한 글로벌 산업 트렌드가 됐다. 그 어느 국가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를 겪으면서도 건강 수명은 정체 상태인 한국에 시급한 보건 대책이기도 하다. 항노화를 K의료와 K바이오에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규제는 조속히 풀고, 지원책은 과감히 마련해야 한다. 한국이 ‘노화와의 싸움’에서 첨병에 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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