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6일부터 이틀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린다. 2019년 이후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지속돼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갈등이 일단락될 수 있어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는 Fed 내 역학관계가 비둘기 성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미셸 보먼 부의장에 이어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 후임으로 지명된 스티븐 마이런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은행위원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마무리됐다.
파월 의장도 지난달 열린 잭슨홀 미팅을 계기로 금리 인하에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법정 다툼 중인 리사 쿡 이사가 참여하더라도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FOMC 위원이 많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도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내릴 확률이 90%가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Fed의 양대 책무지표로도 금리가 내려갈 확률이 높아졌다. 작년 11월 당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요구를 거절해온 이유로 작용한 고용지표가 지난 5월 이후 부진하기 때문이다. 물가지표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평균물가목표제(AIT) 방식대로 3개월 이동 평균치를 구해보면 여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다.
‘트럼프’라는 커다란 변수에도 올해 들어 미국 증시의 강세장은 지속되고 있다. 9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스닥과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횟수가 각각 25차례, 24차례에 달한다. 트럼프 관세로 경기 침체 우려에 시달려 온 다우존스지수도 다섯 차례에 걸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초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장세다.
증시가 가보지 않는 길을 가면 거품 논쟁이 거세지면서 언제 붕괴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진다. 하지만 최근처럼 강세장 속에 9월 FOMC 회의를 계기로 앞으로 상당 기간 금리까지 내리면 1927년과 1988년 이후처럼 거품이 2~3년 지속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연 4.25~4.5%인 금리를 연 1%까지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통화가치를 고려한 어빙 피셔의 국제 간 지금 이동 이론대로라면 Fed가 금리를 내리면 원·달러 환율은 내려야(원화가치 절상) 한다. 연초 대부분의 예측기관은 금리 인하를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 원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지금까지 원·달러 환율은 1% 정도 올랐다. 같은 기간 엔화 가치가 3.8%, 유로화 가치가 7.6%, 심지어 우리의 수출 경쟁국인 대만 달러화 가치가 6% 정도 절상된 것과 대조적이다. 작년 12월 초 이후 비상계엄과 탄핵, 정권 교체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와중에 거시 건전성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앞으로 외화 수급 요인이 우려된다. 지난달 한·미 관세 협상에서 우리가 약속한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처럼 현금으로 투자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 앞서 절대액이 너무 많다. 대외순자산과 외환보유액 대비 일본은 각각 15.2%, 41.5%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무려 33.9%, 84.1%로 두 배 이상에 이른다. 제2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극단적인 비관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비기축통화국이다. 5대 기축통화국의 한 곳인 일본은 국제기채시장에서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지만 우리는 쉽지 않다. 외환 당국자를 중심으로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원화 가치도 절상돼 안정을 찾을 것이란 안이한 시각이 나오는 것은 금물이다. 추가 협상을 통해 대미 투자가 정부의 시각대로 현금 대신 보증 등으로 다변화시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