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 강좌가 정규 교과로 채택되자 수강생이 몰려 조기 마감됐다고 한다. 한류 드라마와 K팝을 이해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열기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해외 공항에서는 “BTS의 나라에서 왔군요”라는 인사가 자연스럽다. 거리에는 한글이 쓰인 옷을 입은 외국인과 한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한류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세계인의 일상에 녹아든 ‘글로벌 소프트파워’가 됐다.
문화 콘텐츠 수출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고, 한류 기반 관광산업 역시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K팝 콘서트 한번 보겠다고 외국인 수만 명이 방한하고, 이들의 소비활동은 곧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고 있다. 우리가 누리는 문화의 힘은 자부심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다.
세계가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만큼 우리도 그 흐름을 온전히 뒷받침할 준비가 돼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복잡한 인허가와 규정, 외국 관광객의 비자 발급 문제, 지역별로 다른 인프라와 규제, 문화산업의 급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가 한류 공연이나 국제 행사를 기획할 때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 문화의 힘을 키우는 일에 발맞춰 제도와 규제 역시 ‘문화적인 사고’로 바뀌어야 할 때다. 콘텐츠산업은 창의성과 유연성이 생명이다. 허가와 제한이 아니라 촉진과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한류 문화콘텐츠의 산업적·지역적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공연, 관광, 인프라, 비자 등 각 분야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자율성과 혁신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진화해야 한다. 이런 변화의 물결을 인식하고 정부와 국회는 한류 문화콘텐츠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과감히 규제 정비에 나서야 한다. 한류와 관광, 지역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지구를 도입하고 공연 허가, 비자 발급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국민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류 현장의 고충을 수집하고 있다. 문화 분야의 각종 불편과 불합리를 선제 해결, 대한민국이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도약하는 길에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다.
문화는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그 감동이 오래 지속되고 우리 삶과 경제, 미래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견고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한류는 우리 국민이 세계에 선사한 창의와 열정의 결과다. 그 문화의 힘이 더 멀리, 더 오래 전해질 수 있도록 제도와 규제가 한류 생태계를 키우는 토양이 돼야 한다. K컬처는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미래 산업의 엔진이다. 한류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도 혁신을 추진해 나가는 일이 우리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