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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운지구, 서울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2 weeks ago 6

[기고] 세운지구, 서울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1967년 서울 종로와 을지로 일대에 세운상가 건립이 시작됐다. 세운상가군은 ‘전자산업의 메카’로 불리며 부흥기를 누렸다. 하지만 상권의 이동, 온라인 거래 활성화 등 시장 변화와 도심 인구 감소·고령화로 점차 슬럼화됐다. 공공에서 마련한 다양한 계획에 따라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전체적인 모습은 50년 전 과거에 머물러 있다.

세운지구에 기대하는 미래의 모습은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 중앙공원과 일본 도쿄 미드타운파크 등 세계 대도시의 대규모 도심공원을 모티브로 한 녹지생태도심이다. 건물 간 통경(通景)을 확보하고, 저층부 열린 공간에 대규모 도심공원을 조성해 빌딩숲과 나무숲이 공존하도록 하는 공간이다.

서울은 늘 한발 앞서 혁신을 주도하는 현대 도시의 아이콘이자 풍부한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품은 도시다. 문화유산은 도시 경쟁력 차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운지구에는 종묘라는 세계유산이 있다. 서울의 낙후한 도심인 세운지구 일대를 고층 위주로 고밀 개발하고 녹지를 확충해 새롭게 정비하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10년 내 세운상가 일대는 대규모 녹지 공원과 문화시설을 갖춘 랜드마크로 재탄생한다. 종묘의 문화재 위상도 더 높아질 것이다.

침체한 종묘~퇴계로 일대가 재부흥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화유산 보존 가치에만 지나치게 무게를 둬 도심 개발을 가로막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세계 유산 경관 보호와 고밀 개발이라는 두 이슈의 접점을 찾는 힘겨운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문화유산 주변의 개발 규제는 유독 한국에서 엄격히 적용된다. 개발 자체가 역사문화 환경을 무조건 훼손한다는 생각은 편견일 수 있다. 일본 도쿄역은 근처 왕궁으로 인해 “100척 넘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규제가 있었다. 이를 과감히 철폐하고 고층 건물을 올리되, 지역 정체성을 살리는 건축 디자인적 해법을 적용해 도쿄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거듭났다. 영국 런던에선 조망 관리체계를 통해 중요한 경관을 보호하고 현대적인 개발과 균형을 맞추고 있다.

문화유산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는 한계를 넘어 현재의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하고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획일적인 관리 기준을 탈피해 문화유산과 주변 지역이 조화롭게 공존할 새로운 도시계획 모델이 필요하다.

문화유산의 보존과 주변 개발은 대립보다는 합리적인 타협을 통해 발전적인 방향을 찾아야 하는 숙제다. 세운지구 재개발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전이자 기회다. 공공의 노력과 함께 이를 주제로 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 개발과 문화유산 보존이 상생하는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계기로 서울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어우러진 진정한 매력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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