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넉 달 만에 입지 선정 마친 신해남변전소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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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넉 달 만에 입지 선정 마친 신해남변전소의 비결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시행 이후 지난 1일 첫 전력망위원회가 열렸다. 총 99개 신규 송전선로 및 변전소 건설 프로젝트가 ‘국가기간 전력망 사업’으로 지정됐다. 그중 ‘1호 사업’이라고 부를 만한 대표 프로젝트는 신해남변전소 건설 사업이다. 신해남변전소 입지선정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 사업이 원활하게 입지 선정까지 마칠 수 있었던 배경을 소개한다.

신해남변전소 입지가 확정된 건 지난달 15일이다. 전남 해남군 황산면 송호리 일원으로 결정됐다. 중요성은 일반 변전소 사업을 넘어선다. 에너지고속도로의 바닷길인 서남해 신재생단지에서 생산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통한 직류전원과 육로의 교류 전선망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신해남변전소는 호남 풍력 발전단지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의 집결지가 될 전망이다. 남서해안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전국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전력 환승센터’ 역할을 한다. 전력계통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좌우하는 국가 전략 인프라인 셈이다. 이로써 해남은 ‘땅끝’이 아니라 에너지의 ‘처음’으로 도약할 역사적 준비를 마쳤다.

전력망 확충은 국가적 과제다. 대부분 전력망 사업에서 입지 선정은 순탄치 않다. 기피 시설 특성상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정부와 주민, 주민 간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신해남변전소 입지 선정 과정은 모범이라고 부를 만하다.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 한국전력이 완벽한 파트너십을 보여줬고, 입지선정위원회 첫 회의부터 입지 확정까지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충분히 주민 수용성을 확보한 결과 국내 최초로 ‘만장일치 의결’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해남 주민들이 미래 성장동력원인 재생에너지의 중요성과 국가기간망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주민들은 해남이 인공지능(AI)산업에 필요한 에너지망의 시작점이 된다는 비전에 공감하고 적극 협조했다. 해남군 공무원들도 지역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열망을 보이며 주민들과 소통했다.

정부의 에너지시스템 대전환 목표와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을 향한 의지도 주효했다. 주민을 위한 두터운 보상과 지원책을 담은 특별법을 만들었다. 한전 직원들은 80개 마을 현장에 상주하며 수시로 주민 설명회를 열었고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신해남변전소는 지역 생활 기반 안정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주민들에게 햇빛·바람연금이 지급되고, 다양한 생활 환경 개선 사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송전망과 변전소는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 발전과 공존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모범 사례로 거듭날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결단으로 전국에 깔린 고속 인터넷망은 대한민국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바꿨다. 다음 배턴인 에너지고속도로는 에너지 강국 대한민국의 기반이 될 것이다. 신해남변전소를 거울삼아 다음 전력망 프로젝트도 막힘 없이 추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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