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재생에너지산업의 미래는 글로벌 협력 속 자립 역량 강화에 달려 있다. 단기적으로는 세계적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대규모 프로젝트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를 토대로 재생에너지산업의 자립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
이런 전략은 급변하는 국제 에너지 환경 속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산업 기반이 있다. 풍력산업의 경우 타워, 하부구조물, 케이블 등 주요 기자재 제조와 EPC(설계·조달·시공)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풍력 터빈과 태양광 모듈과 같은 핵심 기자재산업에서도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자금을 조달하며 리스크를 관리하는 개발 및 금융 부문의 역량은 아직 미흡하다. 이 분야는 사업 전 과정을 주도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영역으로, 제조 중심의 우리 경쟁력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선도 기업과 협력해 부족한 경험을 보완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인프라 안정성과 제도적 신뢰성을 갖춘 한국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아시아·태평양 최대 재생에너지 개발·운영 민간발전사업자(IPP)로 꼽히는 뷔나(VENA)그룹이 지난 23일 국내 재생에너지 및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연계 구축 사업 투자 의향을 밝혔다. 이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역량과 투자 유치 노력이 만들어낸 실질적 성과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근래 대내외적 여건 변화로 인해 글로벌 기업의 국내 재생에너지 투자가 다소 위축된 상황에서 이 성과는 더욱 의미가 있다.
이런 협력은 단기적 성과에 그쳐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협력이 자립을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전략적 협력을 통해 프로젝트 개발 및 투자 역량을 내재화하고, 이를 우리가 확보한 제조 및 EPC 역량과 결합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방위산업의 성장 과정은 재생에너지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우리 방위산업은 기술 이전과 공동 개발로 출발했지만, 꾸준한 내재화와 정부의 전략적 지원으로 자립에 성공했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 여건의 변화에 발맞춰 신속한 납기, 가격 대비 성능, 신뢰성을 바탕으로 수출산업으로 도약했다. 재생에너지산업 역시 글로벌 협력을 통해 밸류체인 전반의 역량을 내재화하고, 이를 세계 시장 진출로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탄소중립 시대에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핵심 성장 전략이 될 것이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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