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패션, 세계적 도약과 성장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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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패션, 세계적 도약과 성장의 조건

세계 무대에서 한국은 하나의 보편적 취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패션은 독창성과 고품질, 세련된 디자인이라는 특성에 K컬처의 후광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우영미, 마뗑킴, 김해김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한국적 정체성과 동시대 보편적 가치를 표현해내는 새로운 ‘힙(hip)’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이런 성과를 중소 브랜드가 견인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은 15%에 불과하지만, 패션 분야에서는 무려 67%다. 이는 패션산업이 규모는 작아도 경제적 파급력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과 한계도 명확하다. 다품종 소량 생산과 짧은 유행 주기라는 산업 특성은 영세한 규모의 브랜드들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다. 해외 마케팅, 유통, 규제 대응 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수년 전부터 유통기업들이 인큐베이터 역할을 맡았다. 현대백화점은 도쿄 파르코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어 중소 브랜드의 일본 시장 진출을 지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온라인 B2B(기업 간 거래) 수출 플랫폼 ‘K패션82’를 시작해 해외 바이어와 브랜드를 연결하며 통관과 물류까지 지원한다. 한진의 ‘숲’ 서비스 역시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맞춤형 해외 판매를 돕는다.

무신사와 같은 플랫폼도 적극적이다. 2022년 개설된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에는 3000개 이상의 K패션 브랜드가 입점해 연평균 거래액이 260% 성장세를 기록했다. 중국 일본 중동 등 해외 시장 오프라인 채널 확장을 지원해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7월 무신사는 중소·소상공인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 온 공로와 전문성을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로부터 전문 무역상사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민간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국내총생산(GDP)의 3.1%를 패션산업이 차지하는 프랑스에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다. 프랑스는 2000년 설립된 의류 향상 및 발전위원회(DEFI)를 중심으로 25년간 인재 발굴·양성부터 해외 진출 촉진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해 왔다. 모든 정부 지원 사업이 DEFI를 기반으로 운영되면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사업 중복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프랑스 수출진흥공사는 수출 전략 컨설팅, 현지 네트워킹, 해외 전시·팝업 운영 등 실질적 지원을 제공했다. 아울러 ANDAM 패션 어워드는 젊고 혁신적인 디자이너를 발굴하며 마틴 마르지엘라, 마린 세르 등 세계적 디자이너를 배출했다.

K패션이 ‘한류 소프트 파워’의 최전선에서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와 중소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제도적 토양이 필요하다. 정부는 수출 인프라 구축 및 수출 바우처 확대 등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고, 동시에 커머스 플랫폼과 같은 민간 생태계의 역동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공과 민간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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