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성호]나라 흔든 ‘여사 리스크’ 다음 정부에서는 없어야

1 week ago 4

황성호 사회부 기자

황성호 사회부 기자
2009년 한국여성정치연구소는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영부인상’을 묻는 설문 조사를 했다. 당시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은 ‘정치에 관여하지 말고 사회봉사 활동에 헌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47.3%)였다. 두 번째도 ‘내조에만 전념하는 현모양처형’(29.0%)으로 비슷했다. 세 번째는 달랐다. ‘자기영역을 갖는 전문가 영부인’(23.2%)이었다.

자기영역을 갖는 전문가란 단순 봉사 정도가 아니라 영부인이 자신의 분야에서는 사회적 역할을 활발히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영부인을 원하는 국민이 설문 당시인 16년 전보다 더 많을지는 의문이다. 온 국민이 아는 ‘여사 리스크’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통일교 고위간부로부터 받은 샤넬백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천수삼의 최종 종착지가 김 여사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수사하고 있다. 전 씨 측은 선물을 건네지 않았다고 하고, 김 여사 측 역시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진실은 수사로 가려질 것이다. 다만 공적인 직책이 없는 무속인 전 씨가 ‘로비 창구’로 유력가들에게 지목되고, 그에게 일부 선물이 간 것은 사실이다. 그 원인은 김 여사가 전 씨에게 곁을 내줬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전 씨가 윤 전 대통령 대선을 지원한 것이 김 여사의 권유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와 전 씨가 지난해 10차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통령실이 영부인 주변인 관리에 실패한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한편에서는 또 다른 ‘김 여사’ 문제도 재점화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을 특수활동비(특활비)로 대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인 2022년 4월 청와대 대변인은 라디오에 나와 “카드든 현금이든 지급 방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이 다 사비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세금이 아니라 김정숙 여사의 주머니에서 옷값이 나왔다는 의미다.

최근 서울고법은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영장을 경찰에 발부했다. 앞선 청와대 주장과는 반대로 특활비가 옷값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의혹) 그 자체가 놀라운 발상”이라며 부인했는데, 수사 결과가 드러나면 누가 더 놀라운 발상을 했는지 곧 알게 될 것이다. 혹시라도 특활비를 동원한 것도 부족해 거짓말로 국민을 속였다면 그 죄는 무겁다.

두 명의 ‘김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은 다르지만 집권 동안 공식 석상에서 대통령보다 더 주목받을 때가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보다 선출되지 않은 영부인이 더 돋보일 때 국가 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다는 걸 우리 국민은 요즘 피부로 느끼고 있는 셈이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의 2009년 조사에서 또 다른 설문 항목은 ‘대선 후보의 부인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지’였다. 당시 “그렇다”는 비율은 54.7%였다. 다가올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같은 조사를 한다면 그 결과가 어떨까. “그렇다”의 비율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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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호 사회부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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