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무책임한 거짓 정보를 걸러낼 수 있다”는 환영과 “정부가 또 검열을 강화한다”는 반발이 맞선다. 흥미로운 건 한국 여론이다.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 “보기 드문 옳은 정책” 같은 댓글이 쏟아졌다. 검열 논란보다 ‘가짜 정보 피로감’이 더 크다는 뜻일 테다.
비슷한 움직임은 스페인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연 수입 30만 유로(약 5억 원) 이상이거나 팔로어 100만 명 이상인 인플루언서의 담배·도박·고위험 금융상품 광고를 금지했다. 미성년자의 정서를 해칠 영상도 제재했다. 위반하면 최대 150만 유로(약 25억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런 규제가 잇따르는 건 유사과학과 허위 정보가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시절을 떠올려 보자. 수백만 팔로어를 거느린 가짜 전문가들이 검증 안 된 치료법과 백신 음모론을 퍼뜨렸다. 영국 비영리단체 ‘디지털 증오 대응센터(CCDH)’에 따르면 온라인상 백신 관련 허위 정보 81만 건의 65%가 단 12명에게서 나왔다. 검증된 정보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이제는 인플루언서에게도 발언의 자격과 책임을 묻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삶과 미래를 맡은 공직자는 그 무게가 얼마나 더 무거워야 할까. 그런데 지금 한국의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 감독하는 국회 상임위원장은 비과학적 주장으로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다.
그는 2001년 펴낸 책 ‘황금빛 똥을 누는 아기’에서 “출산 직후 3일간 굶기라”거나 “열이 나면 해열제를 쓰지 말고 충분히 열이 나도록 도와주라”고 권했다. “딸을 낳으려면 여성이 영양 섭취를 줄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른 기고문에선 “인도인은 히말라야의 정기를 받아 생산 능력이 강하므로 여성이 몸을 감싸야 했다”고 적었다. 전부 과학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한 주장이지만, 그 뒤로 정정하거나 해명했다는 얘길 들어본 적 없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최근 국정감사 기간에는 딸 결혼식 축의금 논란이 커지자 “허위·조작 정보는 암세포, 깨어 있는 시민은 면역세포”라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암세포’에 빗댔다. 과학을 다루는 상임위 수장이 어설픈 과학 용어로 공론을 압박하는 모습, 이게 ‘과학 강국’을 추구하는 한국의 현실이다. 중국식 해법이 정답일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 말이나 할 자유’가 공적 책임을 짓누르는 광경도 건강하다고 보긴 힘들다. 최 위원장 말이 옳다. 우리 사회엔 면역세포가 필요하다. 그건 바로 공인의 비과학적 발언에 책임을 묻는 비판 의식이다.조건희 사회부 차장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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