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래’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지만 이 공연은 록밴드의 공연처럼 일어서서 몸을 흔들며 듣는 것이 아니다. 공연이 열리는 거암아트홀은 144석 규모의 클래식 공연장. 김창훈은 콘서트를 크게 3부로 구성하고, 중간에 손뼉을 치지 않는 형태로 공연을 구성하고 싶다고 했다.
“곡마다 박수를 치면 집중이 흩어지니까요. 관객이 가사에 집중하고 음미할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창훈이 5년 전 정현종의 시 ‘방문객’을 읽고 난 뒤 매일 한글 시 하나에 음악을 붙여 만든 ‘시노래’에는 절박함이 있다. 밴드 산울림은 1977년부터 1997년까지 음반 13장을 발표하며 당대 청년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회상’ ‘독백’ ‘내 마음은 황무지’ ‘산할아버지’ 등 산울림의 대표곡과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 김완선의 ‘오늘 밤’도 그의 곡이다.그러나 김창훈은 대학을 졸업하고 북미로 이주해 30년간 사업과 직장 생활로 생계를 유지했다. 10년 전 귀국한 그는 “나의 의지로 나를 구성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함이 든다”고 했다. 회사원, 사업가가 아닌 ‘내 정체성’을 찾으려는 절박함이 시를 찾게 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대형 설치 작품 ‘번역된 도자기’를 선보였던 미술가 이수경도 4월부터 매일 시를 쓰고 있다. 깨진 도자기, 금박 돌처럼 말 없는 사물로 자기 이야기를 했던 이수경은 매일 흰 종이에 떠오르는 생각을 연필로 쓴다. 문법이나 표현이 정확한지는 신경 쓰지 않고 즉각적으로. 이렇게 하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온 생각을 돌이키며 마음을 역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말했다.
“요즘 긴 글을 읽지 않으니 말이 짧아졌고, 챗GPT를 써봐도 뭐든지 편리 위주로 둥글게 만들어요. 그렇기에 시를 쓴다는 게 더 중요해요. 개인이 빛나는 개성으로 살아남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알고리즘에 휩쓸려 사라질 것 같다는 위기감이 있죠.” 이수경이 매일 시 쓰기를 통해 하는 일도 ‘내 마음’을 만나는 것이다.흥미로운 건 두 예술가가 시가 본업이 아님에도,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시로 노래를 만들거나 직접 쓰며 매일 꾸준히 자기를 관찰한다는 점이다. 하루가 다르게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지금, 예술가들은 자기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며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한다. 이수경은 1일 개막하는 타이베이 비엔날레에서 직접 지은 시를 낭송한다. 김창훈은 ‘시노래’를 음미할 관객이 무엇을 느끼기를 바랄까?
“저는 지난 시간에 대한 회한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런 마음들을 솔직히 담은 ‘시노래’가 한줄기 위로가 된다면 얼마나 다행일까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그대가 겪는 슬픔과 아픔은 누구나 가진 것이라고. 살아보니 그렇더라고 말이죠.”
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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