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투자 줄고 日 창업 부진…K바이오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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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바이오산업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신약 기술수출국으로 떠오른 중국과 다이이찌산쿄 등 세계적인 제약사를 보유한 일본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한국이 우수한 창업 생태계에 힘입어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최근 미·중 갈등으로 중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일본은 경직된 창업 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한국이 이 틈을 노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투자 줄고 日 창업 부진…K바이오에 기회

◇中은 신약 발굴, 日은 기초연구 강해

한국경제신문이 22일 입수한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의 ‘한·중·일 바이오제약산업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아시아 전체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3124건 중 68.0%(2124건)가 중국 기업 자산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한국은 15.2%(474건), 일본은 11.9%(373건)였다. 이 같은 격차는 투자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2019~2024년 중국에 유입된 벤처캐피털(VC) 및 사모펀드(PE)의 바이오 투자 누적액은 35조6800억원(약 260억달러)이었다. 같은 기간 한국은 10조원, 일본은 3조원 수준이었다.

친기업적인 임상 환경 또한 중국의 강점으로 꼽힌다. 세계 2위 인구 덕분에 환자 모집 속도가 다른 국가 대비 2~5배 빨라 임상 진입까지 걸리는 시간을 30~50% 줄일 수 있다. 박준형 맥킨지 파트너는 “중국은 기초연구, 후보물질 발굴, 개발에서 ‘차이나 스피드’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강자 일본은 다국적제약사로 자리매김한 대형 제약사에서 힘이 나온다. 글로벌 매출 상위 30개 제약사 중 5개가 일본 기업이며, 이들 대부분이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둔다. 다이이찌산쿄의 항암제 엔허투는 2024년 매출 25억달러, 아스텔라스의 파드셉은 15억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은 항체 생성, 줄기세포, 암치료 등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혁신 치료제에 대해 허가 절차 간소화 등으로 개발과 승인을 가속화하는 ‘사키가케 전략’, 재생의료촉진법 등 제도 등을 마련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기술수출 늘어나는 韓

중국과 일본 모두 약점이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파트너는 “중국은 미·중 갈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일본은 창업 전환율이 낮아 경직된 분위기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 기업의 자본 유입 규모는 쪼그라들고 있다. 2021년 약 90억달러에 달한 중국 바이오기업의 VC·PE 투자 유치 규모는 2023년 36억달러로 감소했다.

일본은 창업과 엑시트(투자금 회수) 경로가 경직됐다는 평가가 줄곧 나온다. 2018~2023년 일본의 바이오 기업공개(IPO)는 9건으로 중국(85건) 한국(43건)보다 적었다. IPO 평균 유치금도 일본은 2000만달러, 한국은 1억1000만달러, 중국은 2억5800만달러였다. 박 파트너는 “일본은 기초연구 인프라 대비 창업 전환율이 낮아 장기적 경쟁력이 불안하다”고 했다.

‘역전’을 위한 한국의 강점으로는 임상 개발과 기초연구가 꼽혔다. 서울은 2023년까지 7년 연속 임상시험 건수 1위를 기록했다. 빠른 환자 모집과 의료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연구자는 상위 1% 인용 논문을 연간 500편 이상 쏟아내고 있다. 코스닥 중심의 기술특례상장 제도도 강점이다.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다국적제약사에 기술수출(LO) 사례를 만드는 국내 기업이 늘어나는 만큼 중국이 견제받는 현 상황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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