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enjafrdeiteshizh-CNvith





K바이오 '돈맥경화'…4곳 중 3곳 임상 차질

4 days ago 1

국내 바이오기업 네 곳 중 세 곳이 자금난으로 임상을 중단하는 등 신약 개발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가량은 ‘돈맥 경화’에 시달린 나머지 회사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바이오 '돈맥경화'…4곳 중 3곳 임상 차질

한국경제신문이 한국바이오협회(회장 고한승)와 공동으로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국내 바이오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1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4%가 “현재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자금난으로 임상 중단 등 연구개발(R&D) 일정에 차질이 발생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76%가 “있다”고 답했다. 기업의 자금 사정이 언제쯤 나아질지 전망도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58%가 “알 수 없다”고 답했고, ‘내년’이라는 응답은 23%, ‘올해 하반기’는 19%에 그쳤다. 매수자가 제안하면 회사를 매각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48%가 “있다”고 했다.

최근 바이오 투자심리 악화로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들이 돈줄을 죄자 업계에서는 자금 경색이 심화하고 있다. 황만순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허가를 받고도 투자 유치가 어려워 임상을 중단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VC 분석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분야 투자 건수는 지난해 258건으로 전년(352건) 대비 26.7% 감소했다. 올 1분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한 42건에 불과했다.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삼성전자 사장)은 “바이오 투자 생태계는 한 번 붕괴하면 복구하기 쉽지 않다”며 “‘제2 렉라자’로 성장할 초기 신약 기술들이 사장되지 않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자금경색에 상장규제…바이오업계 벼랑 끝"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 토론회

국내 바이오기업 A사는 유망한 신약후보물질 개발로 250억원의 중간단계(시리즈B) 투자를 받았는데도 최근 자금 경색에 임상을 중단하고 40여 명의 연구인력을 모두 내보냈다. 사무실도 수도권 외곽 지역으로 옮기고 대표 혼자 남은 ‘1인 기업’이 됐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바이오협회가 15일 공동 주최한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혁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자금 경색에 ‘법인세 비용 차감 전 당기순손실’(법차손) 등 규제까지 겹쳐 업계가 위기에 처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법차손 규제 개선해야”

이날 참석자들은 대표적인 바이오 분야 규제로 법차손을 꼽았다. 3년간 2회 이상 자기자본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법차손이 발생하거나 매출 30억원 미만 혹은 자본잠식률 50% 초과에 해당하는 상장사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15일 서울 구로동 넷마루스튜디오에서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바이오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혁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호준 이정회계법인 본부장, 권석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이상엽 국가바이오위원회 부위원장,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이병건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이사장,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임형택 기자

15일 서울 구로동 넷마루스튜디오에서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바이오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혁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호준 이정회계법인 본부장, 권석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이상엽 국가바이오위원회 부위원장,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이병건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이사장,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임형택 기자

토론회에 참석한 정호준 이정회계법인 본부장(회계사)은 “법차손 상장 규제를 지키려 일부러 신약 개발 임상을 중단하고, 연구소 부지를 파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상장을 유지하려면 법차손 요건을 지켜야 하는데, 신약 개발 관련 연구개발(R&D) 비용 투입이 늘어날수록 이를 어길 가능성이 높아 비용을 줄이려 주식, 부동산 등을 팔게 된다는 것이다. 이병건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이사장은 “법차손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규제”라며 “장거리 마라톤 선수에게 단거리 규제를 일률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법차손 규제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바이오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 기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헬스케어기업은 13곳으로 2022년(3곳)과 2023년(5곳)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2018~2019년 기술특례 상장한 바이오기업들이 법차손 관련 유예 제도가 작년부터 끝나면서 대거 관리종목에 오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내세우며 법차손 규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상엽 국가바이오위원회 부위원장은 “몇몇 바이오기업 때문에 우량 바이오기업들이 이 제도로 피해를 본다”며 “정부가 법차손 규제를 풀고,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린 바이오기업엔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작은 펀드로 지원 확대를

바이오 연구의 혁신을 막는 여러 법적 규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생명윤리법, 데이터 3법이나 여러 가지 기존의 규제가 새로운 혁신 기술과 상충하는 상황”이라며 “바이오업계가 퍼스트 무버로 가기 위해선 규제 완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바이오 인재 양성 필요성도 논의됐다. 이 부위원장은 “전통적인 생명과학과 산업적인 감각을 모두 갖춘 인재를 대학에서부터 길러야 한다”며 “학과 간 칸막이를 걷고 융합형 인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바이오협회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법차손 등 상장 규제 개선 △R&D 비용 등 회계 규제 개선 △R&D 예산 증액 △초기 벤처 펀드 확대 △거래소 및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 및 인허가 속도 개선 등 10대 과제를 제시해 여야 대선 후보에 전달할 예정이다.

안대규/오현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