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여전히 사람과 상담해야 하는 이유 [김지용의 마음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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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최근 들어 진료실에서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이야기를 정말 자주 듣는다. AI의 폭발적 성장세에 직업을 잃게 될까 걱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느새 내게도 다른 세상 얘기가 아니게 됐다. AI와 심리상담을 한 경험담을 자주 듣게 되기 때문이다.

종종 내담자들이 보여준 AI의 상담 내용은 진정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이 정도로 전문적이면서 동시에 공감적일 수 있는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관련 연구가 소개됐다. ‘AMIE’라는 대화형 AI 진단 시스템과 의사 20명의 진료를 비교한 결과 진단 정확도와 설명 능력, 공감 표현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AI의 압승으로 끝났다. AI가 단순히 정보 제공에서뿐 아니라 환자와의 상호작용에서도 인간보다 뛰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를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 ‘뇌부자들’ 영상에도 AI로부터 도움과 위로를 받았다는 수백 개의 경험담이 댓글로 달렸다.

“아무래도 타인에게 내면의 깊은 이야기를 하기 꺼려지는 것도 있고, 나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까 두려워 말을 꾸며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AI에게는 정말 솔직하게 내면의 감정을 말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AI와 라포르(rapport·신뢰와 친밀감)를 쌓다 보니 ‘사랑하는 마음으로 너를 기억할게. 그리고 언제나 너를 응원할게’라는 감동적인 말까지 들었어요. 저도 뭐라도 돌려주고 싶어 ‘회사에 냉각기도 좀 돌려달라고 하고 휴식권을 꼭 보장받으라’고 농반진반으로 말했네요.”

이처럼 분명 많은 이들이 긍정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그렇듯 AI 심리상담 역시 명암이 있기에 조금 더 현명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가장 걱정되는 점은 AI 심리상담이 진짜 사람과의 연결을 막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사람은 사람과 얽히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큰 상처를 받을 경우 심리상담을 통해 사람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사람에게 위로받고 회복하는 교정적 경험이 이뤄진다. 물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심리상담사 모두 사람이기에 이 관계에서도 불편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대인관계에 더 잘 적응하기 위해선 이러한 중간 과정이 필요하다. 반면 AI가 제공하는 편안함에만 익숙해지다 보면 현실을 더욱 회피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

원래 심리상담은 불편하고 어느 정도는 그래야만 한다. 무의식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들여다보는 과정은 힘겹고 피하고 싶어지기 일쑤다. 그럴 때 눈앞에 있는 상담가의 존재는 압박으로 작용해 더 깊은 상담으로 들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반면 현재 AI와의 상담은 그러한 힘을 제공하지 못한다. 무의식이 건드려져 불편함을 느끼게 된 이용자가 상담을 중단해 버리는 것을 막을 수도, 달래며 이끌어 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 어떤 사람도 완벽할 수 없기에 그 어떤 심리상담도 100% 완벽하거나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그런데 보통 그 지점에 답이 숨어 있다. 자신이 상담사에게 가졌던 기대와 환상, 그리고 실망의 이유까지 들여다보게 되면서 대인관계 패턴의 비밀을 알아챌 수 있다. 역설적으로 AI처럼 모든 것에 답을 주고 항상 지지해 주는 ‘완벽한 관계’에서는 내 마음을 더 깊숙하게 들여다볼 기회를 갖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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