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쿡 저격한 트럼프 '애플세'?…스마트폰 25% 관세에 삼성도 불똥

1 month ago 9

"트럼프, 팀 쿡 순방 불참에 불쾌"
스마트폰 관세, 사실상 '애플세'
"애플 공급망 20%만 옮겨도 5년"
"이전보다 관세가 낫다" 관측도
삼성전자 스마트폰도 관세 대상
아이폰·갤럭시 가격 인상 가능성↑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3월 6일 백악관 국빈 만찬실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3월 6일 백악관 국빈 만찬실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스마트폰 관세가 자신의 중동 순방길에 동행하지 않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향한 '보복 조치' 성격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관세를 두고 사실상 '애플세' 아니냐는 반응이 흘러나오지만 삼성전자로도 불똥이 튄 상황이다. 이번 관세로 인해 아이폰과 갤럭시 모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NYT "스마트폰 관세, 팀 쿡에 대한 보복"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트럼프 행정부의 표적이 됐다고 전했다. 쿡 CEO가 중동 순방에 동참해줄 것을 제안한 백악관 측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다.

이 매체는 "백악관은 많은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 동참을 권유했는데 쿡 CEO가 이를 거절했다고 이 결정에 정통한 두 소식통이 전했다"며 "이 선택은 트럼프 대통령을 불쾌하게 한 것으로 보였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중동 순방 과정에서 "팀 쿡과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언급한 '문제'는 미국향 아이폰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기로 한 애플의 방침을 가리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앞서 미국에 5000억달러(약 683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놨는데도 "5000억달러를 갖고 미국에 오지만 이제 인도 전역에 공장을 짓고 있다"며 "난 당신(쿡 CEO)이 인도에 공장을 짓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일에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이 인도 혹은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제조되기를 바란다고 팀 쿡 애플 CEO에게 오래전에 알린 바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애플은 최소 25%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스마트폰에 최소 25% 관세를 다음 달 말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도 "이곳(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관세는 없다"고 강조했다.

"애플 공급망 20% 옮기는 데도 5년 걸려"

업계 안팎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5일 CNBC를 통해 "애플이 공급망을 15~20%만 옮기는 데도 4~5년이 걸리고 200억~300억달러(약 27조~41조원)가 소요될 것"이라며 "실제로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면 3500달러(약 478만원)짜리 아이폰을 보게 될 것이다. 애플이 중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옳은 일을 했는데 이제 와서 미국으로 오라고 하니 그건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관세가 현실화하면 애플이 떠안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쿡 CEO는 지난 1일 애널리스트들과의 통화에서 "현재의 글로벌 관세율이 분기 말까지 변하지 않고, 새로운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당사의 비용이 9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했다. 관세를 피해 아이폰 생산거점을 인도로 옮기고 전세기로 인도산 물량을 공수한 비용 등이 반영된 것이다.

애플 전문 분석가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관세 25%를 부담하는 것이 더 적은 비용을 떠안는다고 진단했다.

아이폰 가격도 인상될 수 있다. 당장 올해 발표될 아이폰17 시리즈 가격 인상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이폰17 시리즈는 당초 관세와 무관하게 가격이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출시가가 한 번도 오르지 않아서다. 관세 25%가 추가될 경우 더 큰 폭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이유다.

정보기술(IT) 매체 테크레이더는 "아이폰17과 아이폰17 에어 모두 가장 열성적인 아이폰 팬들조차 뜨끔할 가격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세'에 삼성도 불똥…"갤럭시 가격 치솟을 수도"

'애플세'라 불리지만 문제는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이나 제품을 (해외에서) 만드는 다른 기업도 (해당)될 것"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미국 내 스마트폰 가격을 30~40%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S25 시리즈뿐 아니라 내년에 선보이는 갤럭시S26 시리즈 가격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7월 출시되는 갤럭시Z플립·폴드7도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다만 현지에서 스마트폰 가격을 인상할 경우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애플을 추격하선 삼성전자 입장에서 불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는 만큼 미국 외 지역 제품가를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테크네이브는 "25% 관세 부과로 799.99달러(약 109만원)인 갤럭시S25 기본 모델은 약 200달러(약 27만원) 인상돼 거의 1000달러(약 137만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삼성은 인프라와 비용 문제로 인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삼성은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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