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가 봐야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아요.”
미국 메타에서 일하던 20대 한국인 개발자 A씨는 최근 해고됐다. 하지만 그는 “한국행(行)은 선택지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의 낮은 보상 체계뿐 아니라 연구 자율성, 승진 구조 등 커리어 전개 측면에서도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비자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남아 재취업을 준비 중이다. 최근 A씨처럼 글로벌 테크기업들의 감원 칼바람에도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 한국 인재가 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올해 들어 인력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회사와 해외 지사를 포함해 전체 인력의 약 3%인 60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아마존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디바이스 및 서비스 부문 인력 약 100명을 해고했다.
한국인 실직자도 속출하고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북미, 유럽 등 다른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재취업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 복귀를 고려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력 단절’을 1순위로 꼽고 있다. 구글 출신의 한 서울대 교수는 “옆에 일하던 동료가 어느 날 스타트업 지분을 받아 백만장자가 되기도 하고, 세계 첨단 산업 최전선에 있다는 희열을 느낀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이 같은 혁신의 ‘플라이휠’에서 낙오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연봉을 높이는 방식으로는 AI 인재를 유치하기도, ‘유턴’시키기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조사업체 로버트월터스에 따르면 박사급 연구원의 평균 연봉은 오픈AI가 86만5000달러, 앤스로픽 85만달러, 테슬라 78만달러, 아마존 72만달러 등으로 국내 기업 및 대학보다 5~10배가량 높다. 스타트업은 말할 것도 없고, 삼성 같은 대기업조차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