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길잃은 치매노인 구하는 한 통의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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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요즘 양가 어른 네 분 가운데 한 분 정도는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거나 치매를 앓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변에 치매 환자들이 많아졌다. 이런 치매 노인 가정에서는 치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 혼자 외출했던 어른이 오랫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아 가슴 졸였던 일이 한두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 경찰의 도움으로 늦게나마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다.

이미지 확대 실종 사건 치매 할머니(PG)

실종 사건 치매 할머니(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치매 환자는 인구 고령화로 빠르게 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명 중 1명꼴이다. 2025년 기준 97만명, 내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게 보건당국의 전망이다. 인지능력 저하로 치매로 악화할 위험이 있는 '치매 위험군'도 올해 기준 298만명이나 된다. 치매 환자 가족의 경제적, 심적 부담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한다.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치매 환자 가족의 절반에 가까운 45.8%가 돌봄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치매 환자를 24시간 돌본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금방 환자가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치매 환자 실종신고는 1만5천502명으로 2020년(1만2천2명)보다 26.3%가 증가했다. 경찰은 치매 환자 실종 시 쉽게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사전 지문 등록제를 운용하고 있는데 치매 환자의 지문 등록률이 작년 기준 30%를 못 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운영 중인 실종경보 문자메시지가 길 잃은 치매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휴대전화로 하루에도 여러 차례 오는 "000에서 실종된 000 씨를 찾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2021년 시작된 이 문자메시지는 지금까지 약 7천200건의 발송됐는데 그중 문자를 본 시민의 제보로 실종자를 발견한 건수가 1천766건(24.5%)이나 된다. 메시지가 발송된 경우 실종된 치매 노인, 지적장애인, 아동을 발견하기까지 평균 4시간 36분이 걸렸다. 이 제도 시행 전만 해도 발견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34시간이었다. 7배 넘게 시간이 줄어든 셈이다.

수시로 오는 문자가 불편하다는 민원도 제기된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문자를 보고 제보를 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치매 노인 등이 가족의 품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게 하는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치매는 어느 가정에서나 언젠가 직간접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문제가 됐다. 시끄럽고 귀찮다고만 치부했던 실종경보 문자메시지를 좀 더 따뜻한 눈길로 꼼꼼히 살펴보자.

bond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10일 06시06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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