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남은 인공지능(AI) 인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도 ‘탈(脫)한국’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지역 제조업 현장의 자동화, 생산성 혁신 등 AI 전환을 이끌 AI 인재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지역 특화 AI 인력’을 육성하는 등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산업연구원의 ‘기업의 AI 활용 확대와 성과 제고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AI 활용 기업의 81.8%가 수도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이공분야 인재 지원 방안’ 보고서에선 비수도권 이공계 대학생의 수도권 취업률이 4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적으로 AI산업의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수도권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AI 수요가 높은 제조업 현장을 중심으로 지역 AI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조업은 품질 관리, 반복 작업 자동화 등 AI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하지만 고령화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자체적으로 AI를 도입하기 어렵다. 경남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AI 외엔 뚜렷한 제조 혁신 수단이 없다고 본다”면서도 “제조 공정에 특화한 AI를 이해하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인력을 찾기도 어렵고, 설령 그런 인재가 굳이 지역에 머무르겠느냐”고 토로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교육기관에서 지역 산업과 밀착한 현장형 AI 인재를 육성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김기훈 부산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조선업처럼 현장 중심 산업에 AI를 도입하려면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이라며 “실무 중심의 AI 교육과 산학 협력이 확대되면 지역 인재는 굳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아도 되고, 지역 산업도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연구와 산업 현장을 이해하는 복합형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