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중국의 전랑(戰狼)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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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11 17:39 수정2025.11.11 17:39 지면A31

‘전랑(戰狼·늑대 전사)’은 중국에서 인기를 끈 ‘국뽕’ 영화다. 2015년에 첫 편이, 2017년 속편이 개봉했다. 중국 특수부대 소속 군인이 미국 네이비실 출신 악당을 물리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후 전랑은 주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것을 뜻하는 외교 용어가 됐다. 때를 기다리며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중국 특유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외교와 궤를 달리한다.

[천자칼럼] 중국의 전랑(戰狼) 외교

전랑 외교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기치로 내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3년 이후 본격화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외교관에게 중국 이익 대변에 더 강한 투지를 보일 것을 주문했다는 게 정설이다. 상대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막말로 파문을 일으킨 사례도 적잖다.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된 최근 들어선 전랑 외교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었다. 예민한 시기에 주변국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대만 독립국 인정, 주변 국가와의 영토 분쟁 이슈가 불거지면 늑대 전사들이 다시 등판한다.

쉐젠 주오사카 총영사가 지난 8일 SNS에 “멋대로 달려든 그 더러운 목은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에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현직 외교관이 상대국 국가원수에게 이렇게 원색적으로 감정을 표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분노하는 모습의 이모티콘까지 덧붙인 이 게시물은 곧 삭제됐지만 일본에선 “현직 총리에 대한 노골적 협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어제 국회 연설에서 자신의 발언을 철회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동중국해의 무인도인 센카쿠열도를 놓고서도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지역이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해경선을 동원해 센카쿠열도 주변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벌였고, 일본은 이에 대응해 오키나와현 군 병력을 증원했다. 하늘과 바다에서 중국의 잦은 영공·영해 도발로 골치가 아픈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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