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사 경영진 보수 체계를 손질하기 위해 ‘세이온페이(say-on-pay)’와 ‘클로백(clawback)’ 제도 도입에 나선다는 한경 단독 보도(11월 11일자 A1, 3면)다. 세이온페이는 임원 보수를 주주총회에 보고해 주주 동의를 받도록 하고, 클로백은 금융사고 등으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미 지급한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금융사의 단기 성과주의를 억제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이들 제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에서 잇따라 도입했다. 당시 리먼브러더스 등 대형 투자은행 경영진이 파산 직전까지 수천억원대 보너스를 챙긴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금융 현실은 선진국과 다른 점이 적지 않다. 국내 금융사 보수 체계는 기본급에 정기성과급이 더해지는 단순 구조로, 임원 보너스 규모도 수천만~수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오히려 성과 보수가 약해 인재 유출을 걱정하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세이온페이를 도입하면 경영진이 주주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단기 실적에 매달리는 ‘포퓰리즘 경영’을 부추길 수 있다. 클로백 역시 부작용이 우려된다. 경영진이 사후적 책임을 과도하게 의식하면 시장 리스크를 감수하는 정상적 투자조차 회피하게 된다. 당시에는 합리적 판단이었더라도 시장 환경 변화로 사후적 손실이 발생할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칫 주주의 과도한 보수 삭감 요구와 성과급 환수를 둘러싼 분쟁이 줄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또한 이미 상당수 금융사는 두 제도의 취지를 반영한 내부 규정을 운용하고 있다. 임원 성과급을 3년 이상에 걸쳐 나눠 주는 이연지급제를 시행하고, 회사 손실·내부통제 위반이 발생하면 성과급을 삭감·환수하고 있다. 2020년 정부가 두 제도 도입 정책을 입법 예고했지만, 국회 논의로 이어지지 못한 데에는 이런 사정이 감안됐다. 그럼에도 당국이 다시 이처럼 금융사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정책을 들고나온 것은 금융사 전반의 생산성과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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