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3주년]미트라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피지컬 AI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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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하시시 미트라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컴퓨터공학과 석좌교수가 전자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진기자서브하시시 미트라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컴퓨터공학과 석좌교수가 전자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진기자

“피지컬 인공지능(AI) 상용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로봇 등에 AI를 접목, 차세대 AI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단계입니다.”

피지컬 AI는 물리세계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AI다. 제조·물류 등 산업 현장에서 사람의 일을 보조하고 지원하는 방식의 활용이 시작되고 있다.

서브하시시 미트라 스탠포드대 석좌교수는 전자신문과 만나 “피지컬 AI는 과거 엣지 AI와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데이터 수집 창구인 엣지단에서 연산을 수행하는 게 엣지 AI라면 물리세계와 맞닿아있는 엣지단에 AI를 탑재, 데이터 기반 역할을 수행하는 게 비슷하다는 취지다.

미트라 석좌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컴퓨터공학과 석좌교수다. 스탠퍼드 로버스트 시스템 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미국 반도체과학법 지원을 받는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커먼즈 AI 하드웨어 허브 리더십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또 스탠퍼드 시스템X 얼라이언스 내 컴퓨팅 포커스 영역을 주도하며 컴퓨팅, 나노시스템, 전자설계자동화(EDA), 신경과학 전반에 걸쳐 연구를 진행한다. AMD와 시스코, 구글, 인텔, 삼성 등 글로벌 테크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반도체 분야 글로벌 석학이다.

미트라 교수는 프라이버시나 신뢰성, 에너지 효율성 등을 고려해 클라우드 환경이 아닌 엣지 디바이스에서 보다 많은 추론과 연산 등 AI 활용이 늘어나고 피지컬 AI 사용도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피지컬 AI를 물리세계와 AI의 연결은 물론, 매우 제약된 환경에서 AI를 실행하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인터넷 연결 없이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반도체를 통해 AI 연산과 추론이 가능한 환경인 '온디바이스 AI'와 유사한 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토대로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데이터가 수집·생성되는 엣지단에서 AI 연산 고도화에 주목했다. 미트라 교수는 “전력·컴퓨팅 등 AI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항상 무한히 뒷받침할 수는 없다”며 “에너지, 열 효율 등 제약을 고려한 신속 처리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의 경우 프롬프트(명령어)에 즉각적인 반응이 있어야 하고, AI 서비스를 구동할 때 충분한 에너지가 필요하며, 안정적인 시스템 가동을 위해 온도 변화 등 외부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신속한 답변 등 AI 효율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제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바이스 내에서 효율적인 에너지로 AI를 구동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트라 교수는 “새로운 하드웨어 기술과 다자인은 물론, 새로운 알고리즘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효율적인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획기적인 컴퓨팅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한 반도체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트라 교수는 “AI·머신러닝 등 풍부한 데이터 워크로드에 대한 연산 요구는 현재 컴퓨팅 시스템 성능을 능가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모든 메모리와 연산을 단일 칩(반도체)에 통합해 저전력으로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드림 칩'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용량 메모리 반도체를 활용, 데이터를 주고 받으며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현재 컴퓨팅 시스템을 타개할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전자신문과 인터뷰 중인 서브하시시 미트라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박종진기자전자신문과 인터뷰 중인 서브하시시 미트라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박종진기자

드림 칩 개발을 위해 반도체 로직과 메모리의 3차원(3D) 초고밀도 패키징 등 방식으로 새로운 아키텍처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트라 교수는 “풍부한 데이터 워크로드에서 컴퓨팅과 시스템 수준을 최소 1000배 향상 등과 같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며 “설계 버그, 제조 결함, 신뢰성 실패, 사이버 침해 등 늘어나는 과제에도 견고한 시스템 운영을 보장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전한 AI 활용을 위해 워크로드를 최적화하고 컴퓨팅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확실한 보안성을 갖춘 시스템이 있어야 AI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미트라 교수는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팅 구동과 운영 지원을 위해 각종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실리콘 외 최초의 나노시스템 하드웨어 '탄소 나노튜브 컴퓨터'와 데이터 저장장치에 연산 기능을 통합한 3D 나노시스템, 저항성 메모리를 사용한 엔드투엔드 컴퓨팅 시스템, 실리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이기종 로직과 메모리 기술을 결합한 모놀리식 3D 반도체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AI 생태계에 대해서는 파운데이션 모델부터 응용모델까지 AI 전주기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미트라 교수는 “한국 AI 생태계를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삼성전자 사례만 봐도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파운드리, 메모리·로직 기술 등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기업이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 AI 모델 '가우스'와 반도체 등 인프라, '갤럭시 AI'와 같은 응용모델까지 특정 기업이 'AI 풀스택'을 갖추고 있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퓨리오사AI·리벨리온 등으로 대표되는 국산 NPU가 특정 분야에서 엔비디아 등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트라 교수는 “일반적으로 NPU와 같은 AI 전용 가속기가 지속 등장, 현장에서 채택되고 있다”며 “GPU도 계속 진화하기 때문에 완전한 대체는 어렵겠지만 효율성, 프로그래밍 유연성, 설계 다양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 NPU를 개발·고도화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트라 교수는 현재 삼성전자와 반도체 분야 공동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다. 이번 방한도 삼성전자 초청 등에 따라 이뤄졌다. 한국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부 '팁스 딥테크'로 선정된 AI 반도체 설계 솔루션 기업 액시언에 직접 투자하기도 했다.

그는 “액시언은 AI를 활용해 반도체 설계·제조 공정을 혁신하는 흥미로운 기술을 갖고 있다”며 “김기섭 액시언 대표에 대한 신뢰로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인텔, 삼성전자, 시놉시스를 거치며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자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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