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가오리' 떴다…미래산업 깨우는 방산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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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롭그루먼이 개발한 수중 드론 ‘만타레이’를 시운전하는 모습.     노스롭그루먼 제공

노스롭그루먼이 개발한 수중 드론 ‘만타레이’를 시운전하는 모습. 노스롭그루먼 제공

미국 워싱턴DC에서 서쪽으로 차를 타고 한 시간을 달리면 나오는 인구 1만5000여 명의 소도시 폴스처치는 미국 핵 안보의 심장부로 불린다. 철저히 베일에 가린 미국 방위산업 기업 노스롭그루먼의 본사가 둥지를 틀고 있다. 미국 방위산업 3강으로 불리는 노스롭그루먼이 이곳에서 개발한 세계 최초의 초대형 수중 드론 ‘만타레이’는 향후 핵잠수함을 대체할 수 있는 ‘바다의 암살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미국 방산 업그레이드의 상징이다.

미

유럽 리더들도 ‘디펜스테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방산에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해 제조업 생태계를 부활시키는 동시에 기술 패권 경쟁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셈법이다.

관급 비즈니스가 대부분을 차지하던 방산 시장은 우크라이나전과 미·중 패권 전쟁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안두릴, 실드AI 같은 대형 스타트업이 등장해 민간 자본이 디펜스테크 투자에 쏠리고 있다.

9일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벤처캐피털이 방산기업에 1000만달러(약 140억원) 이상 투자한 건수는 2019년 42건에서 지난해 99건으로 급증했다.

영국 대표 방산기업 BAE시스템스는 잉글랜드 북서부 배로 조선소에서 최신 핵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해 약 8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핵추진 압력용기, 정밀전자장치 등 해외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 등 무너진 제조 생태계를 부활시키는 게 영국 정부의 목표다.

중국은 딥시크의 AI 기술을 국방 분야에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 중국 국방 연구개발(R&D)의 핵심인 베이징항공항천대는 딥시크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 국제캠퍼스를 최근 개교했다. 한승용 서울대 국방공학센터장은 “한국은 AI를 활용한 전쟁이 어떤 형태일지 아직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했다”며 “민·관·학 원팀을 하루빨리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B-21 레이더는 AI탑재 '디지털 폭격기'…"美 미래 핵전력의 3대축"
VVIP 조차 'B-2' 영접 힘들어…스텔스 구현 방법 '초극비 사항'

미국 공군의 핵 자산 중 하나인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은 백악관 고위급 인사조차 근접할 수 없는 전략 무기다. 아주 예외적으로 ‘VVIP’ 인사에 한해 실물이 공개되더라도 기체 정면 등 제한된 각도에서 짧은 시간만 허용된다. 핵심 기술인 스텔스의 도료 냄새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B-2 스피릿은 물론이고 ‘디지털 폭격기’로 불리는 차세대 기종 ‘B-21 레이더’는 그 존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다. 이달 초 취재진의 집요한 질문에 미 해군 3성 장군 출신인 프랭크 몰리 노스롭그루먼 총괄 부사장은 “B-21 레이더에는 전에 볼 수 없던 최첨단 기술이 적용됐다”며 “설계부터 제작까지 총체적인 생산 시스템과 제작 노하우가 극강의 스텔스로 구현됐다”고 말했다.

'죽음의 가오리' 떴다…미래산업 깨우는 방산기술

극비로 분류된 스텔스 성능

미국은 지난 6월 22일 사상 처음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초대형 관통 폭탄 GBU-57을 이란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핵 시설 3곳에 쏟아부었다. 미군은 ‘미드나이트 해머’(심야의 망치)로 명명된 이 작전에 B-2 7대와 4·5세대 전투기, 공중급유기 수십 대, 정보·감시·정찰용 항공기 등 125대가 넘는 항공기 및 75발의 정밀유도탄을 투입했다. B-2 투입에 이란은 전의를 상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전 성공의 공을 노스롭그루먼에 돌렸다.

노스롭그루먼 관계자는 “B-2는 대당 가격 20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종”이라며 “비행 1시간당 유지 비용이 15만달러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길이 20.9m, 폭 52.1m, 높이 5.2m인 B-2는 공중급유를 받으며 최대 37시간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핵심 기술은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스텔스다. 적외선, 음향, 전자기파, 가시광선, 레이더 신호를 줄이는 복합 기술이 적용됐다. 스텔스 역량은 미국 정부에 의해 ‘극비’로 분류돼 알려진 것이 없다. 레이더와 열 흡수를 극대화한 복합 소재와 빛 반사를 최소화한 스텔스 도료 등 특수 코팅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회 출격 후에는 스텔스 도료를 재도포한다.

동체와 날개가 한 몸이 된 전익기 설계 역시 스텔스 성능을 구현하는 요소다. 노스롭그루먼 관계자는 “B-2는 일반 전투기와 다른 방식으로 회전한다”며 “꼬리날개나 보조날개 없이 날개 끝에 ‘러더(RUDDER)’라고 불리는 장치, 즉 방향을 바꾸는 작은 조종판을 열고 공기 저항을 만들어 회전한다”고 밝혔다. 작은 각도로 회전하기 때문에 회전 반경이 크다. 이는 스텔스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식이기도 하다. 일반 항공기에 달린 꼬리날개와 보조날개 등 부가적인 날개를 모두 없애고,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디자인해 레이더에 잡힐 수 있는 반사면 자체를 최소화했다.

B-2는 최대 1만5200m 고도에서 최고속도 마하 0.95로 운용되며 순항 속도 마하 0.85로 1만1100㎞에 이르는 장거리 항속능력을 갖췄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1만7300파운드급 ‘F118-GE-100 터보팬’ 엔진 4기는 기체 정중앙 깊숙이 숨겨져 있어 소음과 열 신호를 최소화했다.

차세대 기종 2030년대 초 배치

노스롭그루먼은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로 압도적인 격차를 만들고 있다. 미 공군은 지난 9월 11일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차세대 스텔스 핵 폭격기 B-21 2호기의 첫 시험 비행을 실시했다. B-21은 B-2와 유사한 전익형 구성을 사용한다. 길이는 16m, 날개폭 40.2m, 중량 3만1750㎏, 최대 이륙 중량은 8만1600㎏이다. 프랫앤드휘트니(P&W)의 비후연소 터보팬 엔진 2기를 탑재했다.

B-21은 마하 0.8 이상의 속도로 순항하고, 최대 1만5000m 고도에서 운용된다. 내부 무장창은 약 9100㎏의 미사일 탑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기체 형상도 B-2는 공기 흡입구가 위로 튀어나와 있지만 B-21은 상부 표면과 매끄럽게 이어지면서 레이더 반사 면적을 더 줄였다. 기체 후미 또한 스텔스 강화를 위해 B-2의 ‘W’보다 더 간결한 ‘M’자 형태를 취했다. 적 레이더에 참새 정도로 잡히던 B-2에 비해 B-21은 손톱 크기 정도로 스텔스 성능이 향상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B-21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해 자율 비행과 조종사 탑승이 선택 가능하다. 클라우드 컴퓨팅 및 최신 데이터·센서 통합 기술을 적용해 임무 수행 중 새로 발견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어 세계 최초의 디지털 폭격기로 불린다. 무기 운용 체계도 ‘개방형 시스템 아키텍처’를 적용해 운용 기간 동안 항공 전자 장비, 센서 및 무기의 업그레이드를 간소화했다. 캐시 워든 노스롭그루먼 최고경영자(CEO)는 “B-21은 B-2와 비교해 내부 운용 방식이 극도로 진보했다”고 말했다. B-21의 실전 배치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미 공군은 2030년대 초까지 100대 이상의 B-21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폴스처치=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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