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DNA 비밀 밝혀낸 천재…美 과학자 왓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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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과학자 제임스 왓슨이 1993년 DNA의 이중나선 구조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그는 이 발견으로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AFP연합뉴스

미국 과학자 제임스 왓슨이 1993년 DNA의 이중나선 구조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그는 이 발견으로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AFP연합뉴스

DNA(디옥시리보핵산)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 과학자 제임스 왓슨이 별세했다. 향년 97세. 왓슨은 20대에 위대한 성취를 이뤄낸 천재 과학자였으나 말년에 인종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왓슨이 생전에 몸담았던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CSHL)’는 왓슨이 지난 6일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호스피스 시설에서 사망했다고 7일 발표했다. 왓슨은 1928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15세에 장학생으로 시카고대에 입학해 19세에 졸업했다. 이후 그는 인디애나대에서 동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17세에 접한, ‘유전자는 생명의 본질’이란 책 구절에 결국 이끌려 유전학에 집중하게 됐다.

왓슨은 1953년 당시 24세라는 젊은 나이에 프랜시스 크릭과 함께 DNA가 두 가닥이 서로 나선형으로 꼬인 ‘뒤틀린 사다리’ 구조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그는 1953년 어느 토요일 아침 DNA 분자 구조를 만들어보기 위해 잘라둔 조각들을 만지다가 이중나선 구조의 힌트를 얻었다고 회고했다.

이 발견으로 인류는 유전 정보가 어떻게 저장되고, 세포가 분열할 때 DNA가 어떻게 복제되는지 이해하게 됐다. 유전자 삽입을 통한 질병 치료, DNA 샘플을 활용한 신원 미상자 및 범죄 용의자 식별, 가계도와 고대 인류의 조상 추적 등이 가능하도록 문을 연 과학적 업적이다. 과학계에서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 그레고어 멘델의 유전법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왓슨은 1962년에는 크릭, 모리스 윌킨스와 공동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왓슨은 미국의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그가 DNA 연구에 천착한 이유 중 하나로는 개인적 아픔이 있다. 아들 루퍼스가 조현병 진단을 받으면서, 왓슨은 DNA를 이해하는 게 아들의 병을 이해하고 고칠 수 있는 길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존경받는 과학자이자 유명 인사로 살아온 왓슨의 삶에 오점이 생긴 때는 2007년이다. 그가 “모든 사회 정책은 흑인과 백인이 동등한 지적 능력을 갖췄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검사 결과 사실이 아니다”며 “흑인 직원과 일해본 사람들은 두 인종의 능력이 동일하다는 게 진실이 아니란 걸 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와서다. 왓슨은 바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에서 인종차별자로 평판이 추락했다. 그럼에도 2019년 초 공개된 다큐멘터리에서 왓슨은 과거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고 발언해 또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평소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유지해 왔다.

왓슨은 2014년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부쳤다. 인종차별 발언 뒤 강연 요청 등이 끊기며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사회 복귀를 위한 기부금 마련도 목적이었다. 이 메달을 475만달러(약 69억원)에 낙찰받은 러시아 재벌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는 왓슨의 업적에 경의를 표하며 이를 돌려주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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