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민 교수 "'무설탕 음료'도 뇌에겐 '단맛'…15분 산책만으로도 혈당 낮춰"

1 month ago 10

조영민 교수 "'무설탕 음료'도 뇌에겐 '단맛'…15분 산책만으로도 혈당 낮춰"

“당뇨 위험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겐 ‘혈당 스파이크’가 없습니다. 공복혈당보다 식후 혈당이 50㎎/dL 이상 오른다면 식습관 개선 등 종합적인 건강 관리가 필요합니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사진)는 16일 기자와 만나 “자동혈당측정기(CGM) 등을 통해 혈당을 확인해 혈당 스파이크를 확인하는 것은 당뇨 등 만성 질환 관리를 하는 데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조 교수는 당뇨 등 내분비계 질환과 노화 연구 분야 권위자다. 그는 지난달 <혈당 스파이크 제로>를 출간했다. 주기적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하면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조 교수를 통해 혈당 스파이크가 무엇인지, 이를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혈당 스파이크라는 용어가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혈액 속으로 포도당이 급격히 유입돼 혈당이 빠르게 상승한 뒤 다시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CGM 활용이 늘면서 이런 현상을 확인한 사람이 늘고 있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이라도 공복 혈당에 비해 식후 혈당이 50㎎/dL 이상 상승하거나 식후 혈당이 140㎎/dL 이상으로 오를 때를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인체에 과도한 부담이 가해지고 대사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

▷식사 등을 하면 당연히 일시적으로 혈당은 오르는 게 아닌가.

“건강한 사람은 변화가 없다. 실제 직접 CGM을 부착해 확인해봤는데 너무 오르지 않아 재미가 없을 정도였다. 몸에 문제가 없다면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난다면 당뇨가 있거나 당뇨 전 단계로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나타나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당뇨 환자와 당뇨 전 단계 인구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15% 정도가 당뇨병, 40% 정도가 당뇨병 전단계다. 성인 인구의 55% 가량은 혈당 스파이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작은 변동성에 너무 의미를 부여한다는 반론도 있다.

“그래프 상 다소 과장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공복 기준이 90㎎/dL이고 식후 120㎎/dL 정도로만 올라도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정상 범위다. 이 때문에 공복 때보다 50㎎/dL 정도는 차이가 나고 올라간 수치가 140㎎/dL은 넘으면 혈당 스파이크로 볼 수 있다고 기준을 잡았다. 이런 현상도 어쩌다 한번 나타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매일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포도당 조절 능력, 혈당 조절 능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혈당 스파이크가 확인됐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모두 약을 먹는 게 맞나.

“1차적으로는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혈당을 올리는 음식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천천히 먹고 천천히 소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혈당을 높이는 음식의 종류를 알아야 한다. 운동을 통해 혈당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필수다. 음식 외에 혈당을 올릴 수 있는 다른 요소도 잘 관리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잠을 잘 자고, 장 속 미생물이 균형있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모든 건강 문제를 개선해도 해결되지 않으면 약을 먹어야 한다. 당뇨병이라면 약을 먹으면 된다.”

▷먹는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 혈당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가 많다.

“식사 순사를 바꾸는 것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 식이섬유나 단백질을 먼저 먹으면 혈당이 덜 오른다. 다만 급하게 빨리 먹으면 먹는 순서를 바꾼 효과가 반감된다. 순서를 지키면서 천천히 먹는 게 중요하다. 달달한 디저트는 꼭 먹고 싶다면 공복보다는 식사 후에 조금 먹는 게 좋다. 이미 배가 부른 상태이기 때문에 덜 먹을 수 있다. 다른 음식들이 소화와 흡수 속도를 늦춰 혈당 상승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최근엔 칼로리 섭취를 줄이기 위해 제로 음료 등을 마시는 사람도 많다.

“제로 음료는 뇌가 단것을 먹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뇌는 더 강한 단맛을 찾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단 음식 섭취하는 것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15분 정도의 산책이나 계단 오르기 같은 신체 활동만으로도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된다. 음식을 먹은 뒤 바로 눕거나 앉는 게 제일 좋지 않은 습관이다.”

▷결국 이런 모든 습관은 건강한 노화를 위한 것이다.

“노화는 속도가 중요하다. 학계에선 노화의 속도(페이스 오브 에이징)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대사 질환이 있으면 노화의 속도가 빨라진다는 게 정설이다. 다만 이런 속도는 혈당만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잠을 잘 자는 것도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아직 한국인을 대상으로 이런 노화의 속도를 명확히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는 건 한계다. 노화 연구는 결국 노화 정도를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측정하는 도구를 찾는 것부터 시작될 것으로 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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