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원 "네가 감히 고윤정 상대역? 논란 예상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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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일리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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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준원이 '언젠가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에 대한 애정과 함께 상대 역인 배우 고윤정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정준원은 14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tvN 주말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종영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선물 같은 작품"이라며 "10년 넘게 연기를 해왔지만, 이 작품이 제 연기 인생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들의 24시간을 다룬 작품.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 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첫 스핀오프로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고, 이민수 감독과 김송희 작가가 각각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정준원이 연기한 구도원은 산부인과 레지던트 4년차로 교수들에게는 '구반장', 후배들에겐 '구신(新)'으로 불리는 인물. 특히 주인공 오이영 역의 고윤정과 러브라인으로 주목받았다.

정준원은 몇몇 시청자들 중심으로 불거졌던 '불호' 반응에 대해 "'고윤정이 쟤를 좋아하는 게 말이 되나' 이런 반응을 처음부터 예상했다"며 "그런 반응들이 실제로도 나왔지만, 도원의 캐릭터 자체가 좋은 사람으로 묘사가 됐기 때문에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잘 소화해 내자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 다행히 생각했던 거보다 좋아해 주셨다"고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다음은 정준원과 일문일답.

/사진=에일리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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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주목받는 게 처음인 거 같다.

=이렇게 관심 가져주실지 몰랐다. 너무 감사하고, 하루하루 꿈같다. 너무 설레고 행복하다. SNS나 영상 클립 등을 저도 보는데, 반응이나 조회수가 바이럴 되는 것들이나 주변의 연락이나. 중반부 지났을 때부터 체감이 됐던 거 같다. '정말 관심을 가져주시는구나' 느꼈다.

▲ 호불호가 엇갈리는 반응도 나왔다.

=역할 자체가 저를 좋아하는 설정인데 '고윤정이 쟤를 좋아하는 게 말이 되나' 이런 반응이 예상은 됐지만, 실제로도 나왔고, 도원의 캐릭터 자체가 좋은 사람으로 묘사가 됐기 때문에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잘 소화해 내자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 다행히 생각했던 거보다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

▲ 그런 반응이 서운하진 않았나.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속상하지만 관심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 그런 우려에도 캐스팅한 이유가 뭐라고 하던가.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오디션 과정에서 감독님이 생각한 도원과 제 모습의 교집합을 보신 거 같다. 도원이 갖는 편안한 모습들, 만만하고, 따뜻하고 순수해 보이는 느낌을 받지 않으셨는지 추측해 본다.

▲ 신원호 감독이 이전부터 쓰고 싶었는데 기회가 안 됐다고 했다. 어떤 인연이 있었던 건가.

='슬기로운 의사생활' 오디션을 봤다. 그 과정도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다.

▲ 배우로서 연기가 아니라 외모로 나오는 반응들에 상처도 받았을 거 같다.

=시청자 입장에선 제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 더 그랬던 거 같다.

▲ 사돈총각이 사돈처녀에게 스킨십을 하고 하는 모습들이 '왜 이렇게 플러팅을 하냐'는 반응도 있더라.

=저는 도원의 그런 행동이 플러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걸 혼란스럽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고, 몰라야 하는 상황이었고. 귓속말하고 이런 걸 '왜 아무도 없는데 귓속말을 하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 고윤정이 '슈퍼스타가 된 사돈총각'이라고 하더라.

=절대 슈퍼스타가 아니다. 잠깐 잘돼 관심을 받고 있는 거다. 정말 행복하고 좋고 그렇다.

▲ 주변 지인들 반응은 어떤가?

=많이들 보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를 잘 아는 친구들은 낯간지러워하는 친구들도 많고. 대체로 좋아해 주고, 기뻐해 주고 그래서 고맙다.

▲ 실제 성격과의 싱크로율은 어떤가.

=저는 원래 장난기가 많은 편이다. 도원이처럼 멋있고 스윗하고 이런 사람은 아니다. 다만 관계 안에서 다정하게 지내려 하는 것을 좋아하는 거 같다. 위화감 없이, 불편한 상황 안 만들고. 저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친구는 14살 정도 차이가 나는데, 다 같이 연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나이 때문에 방해가 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최대한 만만한 사람이 되려 했다. 실제로도 만만하고.(웃음) 큰 노력 없이 그게 됐는데, 친구들도 잘 다해줘서 고마웠다.

▲ 도원은 엄청난 '루틴남'이다.

=저는 그렇지 않다. 웬만하면 1시 안에 점심 먹고, 7시 안에 저녁 먹자 하는 정도다. MBTI 검사는 2번 했는데, 다 다르게 나왔다. ISTP와 ISTJ로 나왔다.

▲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실제 사돈 관계라면 저는 더 조심할 거 같다. 다만 서로 호감을 갖는 상황이면 어쩔수 없겠지만,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많으니까. 저라면 신중하게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 저는 도원이처럼 고백받기보다는 제가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거의 그렇지 않나.(웃음)

▲ 원작이 인기작이라 출연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거 같다.

=신원호 감독님의 모든 프로젝트가 화제성이 있지 않나. 그걸로 부담을 느끼진 않았다. 저 혼자 끌고 가야 하는 작품도 아니고.

▲ 캐스팅 확정 순간에 기쁨이 엄청났을 거 같은데.

=완벽하게 기억난다. 보통 3, 4번 부르면 '시켜줄 거 같은데' 예상은 한다. 그런데 딱 됐다고 하니 너무 기뻤다. 감격하고, 엄마한테 자랑하고 그랬다. '얘기하지 말라' 하는데 바로 말했다. 오디션만 한달 넘게 봤다. 40일 정도. 대본은 도원이로 받았다. 그래도 정말 도원 역을 맡을지 예쌍 못했다. 누가 나왔는지도 모르고, 오디션을 봤다. 3번째 정도 됐을 때 희망을 품게 됐다.

▲ 상대역이 고윤정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땐 어땠나.

=제가 대본 내용을 다 알진 못했다. 뭐가 있을 거 같은데 정도까지만 봤다. 그런데 고윤정 배우가 캐스팅됐다고 하니 '내가 해도 되나' 걱정도 됐다. 그때 신원호 감독님이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자신감을 많이 넣어 주셨다.

▲ 시니어다보니 더 준비를 꼼꼼하게 했었을 거 같다.

=계속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숙련된 손동작이나 이런 부분들. 그리고 제스처나 의학용어나 이런 것도 편안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얘기해야 하니까, 반복적으로 보고 그런 준비를 했다. 3년 차 설정도 인물 대 인물로, 관계를 가져가니까. 그 자체로 포커싱에 맞췄을 뿐이다.

▲ 작품이 공개 예정일보다 1년 정도 미뤄졌다.

=아쉬웠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그래도 오픈 될 거니까. 제작진이 많이 위로해주셨다. 중간중간에 소통하고, 만나고 하면서 그 시간을 버텼고, 잘 기다린 거 같다.

▲ 그런 첫 방송을 봤을 때 느낌이 어땠나.

=너무 설렜고, 집중해서 보지도 못했다. 넷플릭스로 1부를 다시 봤다. 너무 좋았다. 좋다는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좋았다. 가족들이랑 같이 봤는데, 엄마는 제가 TV만 나오면 좋아하셔서 다 좋아하셨다.

▲ 촬영할 때 어떤 준비를 했을까.

=목표는 하나였다. 다 끝나고 나서 '내 주변에 구도원같은 사람이 1명 정도 있으면 성공이다' 생각하고 시작했다. 고도원은 촬영하면 할수록 판타지 같더라.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는데, '이런 사람이 있다고?'라고 생각이 들더라. 그냥 해선 안 될 인물 같고, 버겁다는 생각도 들고. 구도원은 멜로 서사가 주라 이영이의 리액션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만들어준 거 같아서 정말 고맙다. 연기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 사돈처녀와의 멜로는 어떻게 준비했을까.

=처음부터 문제가 안 된다 생각했다. 연기할 땐 그런 생각이 없었고, 정말 남자와 여자로만 봤다. 그래서 각자 목표를 달성하는 식으로 크게크게 감정선을 가져갔다. 대본이 그 자체로 안내를 해주니까.

▲ 도원과 이영의 미래를 상상한 게 있다면?

=제가 독립한다. 그리고 프러포즈까지는 아니지만, 정식으로 고백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답답해하시는 키스신도 제대로 보여드린다. 둘의 관계는 거기서 엔딩인 거고, 스토리는 성장 스토리다. 제 생각에는 독립도 했고, 결혼도 할 거 같고, 저는 교수가 될 거 같고, 이영이는 제대로 된 의사가 될 거 같다.

▲ 시즌2에 대한 생각은 있나.

=당연하다.

▲ 유명세를 얻으면서 과거에 나온 영상 요약본까지 주목받고 있다.

=안 봐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저도 그때의 저를 볼 자신이 없어서. 굳이 보신다면 '더 테이블'이 관계자분들이 많이 봐주신 거라. 이런 거 봐주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탈주'는 안 봐주셨으면 좋겠다.

▲ SNS 첫 게시물이 '언슬전' 얘기가 나왔던 2023년 8월이더라. 혹시, 노린 걸까.

= 시기가 그런데, 절대 아니다. 전 제 얼굴 나오는 게 민망했다. 주변 친구들은 다 하고, 홍보용으로도 많이 쓰고 어필하는데도 똥고집을 부리면서 안 했다. 그런데 유명 배우들도 하는데 '네가 뭔데 안 하냐' 해서 만들었다.

▲ 정준원에게 '언슬전'은 어떤 작품일까?

=선물 같은 작품이고, 제 연기 인생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10년 동안 작품을 했지만, 이제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미 있고, 감사하다. 감정적인 모든 단어를 갖다 집어넣어도 될 만큼 감사한 작품이다. 저는 평생 연기하면서 사는 게 꿈이다. 역할의 크기에 상관없이 꾸준히 일을 할 수 있는 것, 꾸준히 연기하면서 그 설렘과 불안함을 가져가면서 그렇게 하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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