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남겨진 마지막 열정…故 김새론·박보람 유작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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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24 06:29 수정2025.05.24 06:29

영화 '기타맨', '내가 누워있을 때' 스틸컷에서 김새론(좌), 박보람 /사진=씨엠닉스, 시네마 달

영화 '기타맨', '내가 누워있을 때' 스틸컷에서 김새론(좌), 박보람 /사진=씨엠닉스, 시네마 달

하늘의 별이 된 두 청춘스타의 마지막 작품이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가수 박보람과 올해 2월 별세한 배우 김새론의 유작 '내가 누워있을 때'와 '기타맨'이 각각 오는 28일과 30일 나란히 개봉한다.

◆ 데뷔작 위해 면허까지 취득故 박보람 '내가 누워있을 때'

/사진=시네마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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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이 더욱 선명한 가수 박보람에게 영화 '내가 누워있을 때'는 스크린 데뷔작이자 유작이다.

박보람은 2010년 '슈퍼스타K2'를 통해 얼굴을 알리고, 2014년 '예뻐졌다'로 데뷔해 '연예할래', '애쓰지 마요', '못하겠어' 등의 곡으로 사랑받았다. 식이요법과 운동 등을 통해 32kg을 감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지인의 집에서 술 마시던 중 화장실에 간 뒤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향년 30세로 눈을 감았다.

'내가 누워있을 때'는 '애도'의 정서가 깊은 영화라 박보람의 팬들과 슬픔을 간직한 이들의 마음에 닿을 영화다. 애도는 단순히 죽음을 향한 감정이 아니라, 존재가 사라진 이후에도 남아있는 감각과 흔적을 다루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사진=시네마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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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문 감독은 박보람에 대해 "치열한 서바이벌 경쟁 오디션 프로그램 속에서 살아남았고, 가수로 성장하여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했을지, 대중들 앞에 서기 위해 자신을 얼마나 몰아세웠을지, 박보람 배우가 영화를 준비하는 태도를 보며 많이 느꼈다"고 회상했다.

박보람은 첫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보미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최 감독은 "우리의 동료 박보람은 세상을 떠났다. 운전을 못 하고 면허증도 없었던 박보람이 역할을 위해 면허를 따고 운전하면서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사랑스러운 애드리브를 해서 다 같이 웃었던 기억들, 눈이 부었다며 숟가락을 눈 위에 올리곤 장난치던 모습, 보미를 이해하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모습. 보미라는 인물의 모습으로, 현장에서의 박보람 배우로, 사람 박보람으로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애도했다.

박보람과 연기 호흡을 맞춘 정지인은 "보람이는 보미로 그 자리에 있어 줘서 제가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우리는 "항상 저를 강하게 이끌어주는 느낌이 들었고 함께 촬영할 때는 항상 든든했다"고 떠올렸다. 감독과 동료 배우들의 진심 어린 언급은 고인을 향한 애정과 그리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 "김새론과 약속 지키려"…'기타맨'

스크린에 남겨진 마지막 열정…故 김새론·박보람 유작 개봉

올해 2월 향년 25세로 세상을 등진 배우 김새론의 독립영화 '기타맨'도 오는 30일 개봉한다. 김새론은 사망 이후 유족과 김수현 간 미성년자 시절 교제와 관련해 진실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생전 마지막 모습을 담은 영화가 공개되는 것이다.

영화 '기타맨'은 고된 현실 속에서도 음악과 인연을 통해 희망을 찾으려는 천재 기타리스트의 상실과 사랑, 여정을 그린 음악 영화다.

작품을 공동 연출하고 주연으로 출연한 이선정 감독 감독이 돈이 없어 떠돌이 생활을 하는 천재 기타리스트 기철을 연기했다.

김새론은 기철이 합류한 라이브 클럽 밴드 볼케이노의 키보디스트 유진을 연기했다.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유진은 볼케이노가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는 열정적인 인물이며 기철을 옆에서 지지해 준다. 김새론은 '천재 아역'이라 불렸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특유의 집중력과 연기력을 선보이며 관객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이 감독은 "김새론과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며 개봉 소감을 밝혔다. 그는 김새론과 처음 미팅했을 때 "내년 5월 말경에 개봉하겠다", "독립영화를 발판으로 다시 일어섰으면 좋겠다"는 이야기했다고 털어놨다.

촬영이 시작된 건 지난해 10월, 김새론은 2022년 음주 운전 사고로 활동을 중단하고 연극으로 복귀를 시도했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이 감독은 유진 역에 김새론을 캐스팅했다. 이유는 '열정'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김새론은 미팅 때부터 시나리오를 꼼꼼히 읽어와서 '어디 수정하면 좋겠다. 저희끼리 연습 좀 할까요'라고 말했고,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며 "더 좋은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친구가 제 영화에서 이런 열정을 보여주는 게 감사하고 안타까웠다. 걱정되기도 했지만 제가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스크린에 남겨진 마지막 열정…故 김새론·박보람 유작 개봉

하지만 세간의 시선 때문에 김새론은 촬영장에서 차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김새론은 주로 차 안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며 "차도 작아서 소형차였는데 사람을 피하려는 게 많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신기한 게 카메라 앞에서는 완전히 바뀌더라"며 "이 친구 연기 잘 하는구나 싶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NG가 거의 없었고 프로였다"고 말했다. 연기할 때의 김새론은 해맑았고, 그 누구보다 신나 있었다는 후문을 전했다.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도 전 김새론은 세상을 떠났다. 이 감독은 편집 작업을 하며 김새론의 얼굴을 봐야 했던 점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천번을 봐도 김새론의 사연은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유진이 전하는 마지막 대사들은 마치 김새론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김새론이 팬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처럼 보인다.

사회심리학 연구에서는 유명인에게 강력한 연대감을 느끼는 유사 사회적 관계에 있는 팬들이 유명인의 사망 시 실질적인 인간관계에서 겪는 이별과 유사한 감정적 고통을 경험한다고 본다. 그래서 유작은 단순한 영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 편의 작품을 넘어 고인이 남긴 마지막 흔적이다.

뿐만 아니라 팬들이 느끼는 상실의 정서를 정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적 통로이기도 하다. 김새론, 박보람의 유작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두사람의 열정이 담긴 마지막 흔적이라는 점에서 가치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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