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속 아이돌 캐릭터에 푹 빠진 팬들이 팝업스토어로 몰려 1인당 50만원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웹소설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데못죽)'에 나오는 아이돌 '테스타' 팬덤의 화력이 입증되면서 같은 작가의 차기작도 흥행 조짐들 보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웹소설 지식재산권(IP)이 탄탄한 팬덤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브컬처 '덕질'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서브컬처 IP는 주로 캐릭터를 앞세워 팬층을 늘려 왔지만 그 중에서도 웹소설은 논외였다. 캐릭터가 삽화 한두장으로만 표현돼 시각적인 캐릭터성을 드러내기 어려워서다. 그런데도 '데못죽'은 전후무후한 기록을 세우며 웹소설 IP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데못죽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오리지널 IP로 이달 기준 국내 누적 조회수 약 7억회를 달성했다. 웹소설과 웹툰의 조회수를 합산한 기록이다. 데못죽은 웹소설 인기에 힘입어 2022년 8월부터 웹툰으로 연재되고 있다. 웹소설만 떼어놓고 봐도 인기는 여전하다. 웹소설은 2023년 완결됐는데도 지난해 카카오페이지 리포트의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작품' 3위에 올랐다.
데못죽은 1020세대의 뜨거운 팬덤을 보유한 이례적 IP라 할 만하다. 데못죽은 웹소설·웹툰 IP 최초로 여의도 더현대 팝업스토어에 입성한 바 있다. 더현대에 따르면 팝업스토어 첫날 오픈런을 위해 몰린 인파는 2000여명에 달했다. 이는 더현대 팝업스토어 중에서도 역대급 규모를 자랑했던 슬램덩크 팝업 오픈런 당시 몰린 800여명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엑스(X·구 트위터)에는 당시 오픈런을 위해 새벽 3시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팬들 사진이 올라왔다.
매출 효과도 톡톡히 봤다. 팝업 고객 1명당 평균 구매 금액이 50만원에 달할 만큼 아이돌 '테스타'의 굿즈가 팔려나갔다. 팝업이 열린 2주간 약 2만명의 팬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방문객의 구매연결률도 약 50%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데못죽을 향한 팬들의 '덕심'이 해당 웹소설을 쓴 작가의 차기작에도 옮겨갔다는 것. 데못죽 IP뿐만 아니라 작가 자체의 작품에 빠져들면서 팬덤 규모가 커지는 흐름이 포착된다.
데못죽을 쓴 백덕수 작가의 차기작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괴담출근)'는 정식 론칭 5일 만에 지난해 기준 카카오페이지의 밀리언페이지를 달성했다. 판타지·현대판타지·무협 장르를 아울러 역대 최단 기록이다. 괴담출근은 이달 초까지 누적 조회수 1억8000만회, 댓글 30만건 기록하고 있다.
괴담출근 또한 첫 공식 굿즈로 매출 5억원을 올리며 팬덤 화력을 입증했다. 공식 굿즈 '백일몽 주식회사 입사 키트'는 총 1만세트 판매됐다. 괴담출근에는 데못죽처럼 아이돌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팬들이 아이돌이라는 설정보다 웹소설 IP 자체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웹소설은 시각 자료가 적어 굿즈가 나오면 팬들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데못죽과 괴담출근을 좋아하는 웹소설 팬덤들은 소셜커뮤니티(SNS)에서 비공식 굿즈들을 만들며 자발적으로 팬덤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마치 K팝 아이돌처럼 인형을 만들고, 일러스트를 공유한다. 창작자에게 좋아하는 캐릭터에 관해 그림, 글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는 '커미션' 문화도 활발하다. 일종의 2차 창작 '덕질'인 것이다. 실제로 비공식굿즈 거래가 활발한 창작자 플랫폼 '윗치폼'에서 지난 11일 기준 괴담출근이 검색 순위 6위를 차지했다.
서브컬처 IP의 팬덤이 전반적으로 커지는 덕에 창작자 플랫폼 또한 성장하고 있다. 창작 플랫폼인 포스타입은 누적 가입자 700만명을 돌파했다. 포스타입은 대한민국 1030 국민 2명 중 1명이 포스타입을 경험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플랫폼 안에서 수익을 창출한 창작자는 14만명으로 전체 창작자의 20.6%에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 IP 팬층이 게임, 애니메이션에 국한하지 않고 확장하면서 덕질 문화 자체가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