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기획위, 야당 때와 다른 시선으로 국가 미래 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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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16 17:40 수정2025.06.16 17:40 지면A31

이재명 정부 5년의 청사진을 제시할 국정기획위원회가 어제 출범했다. 법정 활동 기간은 60일이지만 최장 80일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인수위 역할을 대신했다. 당시엔 50일간 활동하며 대선 공약과 부처 제안을 추려 20대 국정 운영 전략과 100대 국정 운영 과제를 마련했다. 비슷한 역할을 맡겠지만 이번 국정기획위는 명칭부터 ‘자문’을 빼고 국정 과제의 백화점식 나열이 아니라 정책을 주도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책사’인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위원장을 맡은 데서도 이 조직의 실질적 역할을 알 수 있다.

국정기획위 앞에 놓인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선 대선 기간 쏟아낸 공약 중 반드시 실천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내 국정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유권자에게 한 약속이라고 다 지킬 수는 없다. 특히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은 경제성 관점에서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 집권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우군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계, 농민 관련 공약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벌써 새 정부를 압박하며 청구서를 내밀고 있지만, 국정을 책임진 이상 거를 건 거르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설득해야 한다. 야당 때의 시각에 머물러 국정 틀을 짠다면 경제·안보 복합위기는 물론 장기 저성장 극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도 해결할 수 없다. 혹여 방향을 잘못 잡았다가는 5년짜리 정권이 만들어낸 짐을 국가와 국민이 장기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별도의 태스크포스(TF)에서 만들어낼 정부 조직 개편안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념이 아니라 정부 효율성이 잣대가 돼야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은 유능의 지표, 분열은 무능의 결과”라고 했다. 국민 통합에 힘쓰겠다는 것이지만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국정기획위가 임기 5년이 아니라 국가의 먼 미래까지 내다보며 철저히 실용의 관점에서 국정 과제를 가다듬고 정부 조직을 재정비한다면 누구보다 성공한 정부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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