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 총장에 웬 비화폰… 미묘한 시기 민정수석과 통화는 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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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의혹이 불거지던 지난해 10월 10일과 11일 심우정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이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첫 통화는 12분 넘게 이뤄졌고 이튿날에도 11분여 동안 대화를 주고받았다. 비화폰은 도·감청이 어렵고 통화 내용이 녹음되지 않아 주로 국가적 기밀을 다루는 군과 정보기관, 외교부 등의 고위직이 사용하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검찰총장에게도 비화폰을 지급했다고 한다. 국가 안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검찰의 수장에게 비화폰을 준 것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두 사람이 통화한 시점은 검찰이 명 씨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자 명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을 공개하며 강하게 반발하던 때였다. 명 씨는 10월 7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나를 잡아넣으면 한 달이면 (윤 전 대통령이) 하야하고 탄핵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총선에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놓고 명 씨와 의논한 텔레그램 메시지도 공개된 상태였다. 이런 시기에 대통령을 보좌하는 민정수석이 검찰총장과 굳이 비화폰으로 통화한 건 누가 봐도 수상할 수밖에 없다.

통화 일주일 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한 것도 석연치 않다. 이 사건에 대해선 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되긴 했지만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검찰 조직의 특성상 수사팀이 총장의 의중을 살피지 않고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여기는 이는 드물다. 김 전 수석이 심 총장을 통해 이들 사건에 은밀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심 총장은 대검을 통해 “취임 초기 민정수석으로부터 인사차 비화폰으로 연락이 와서 검찰 정책과 행정에 관한 통화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틀에 걸쳐 20여 분간 비화폰으로 통화하면서 인사만 주고받았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명태균 게이트 수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처분을 놓고 검찰의 봐주기 논란이 적지 않았다. 검찰총장과 민정수석 간의 비화폰 통화를 둘러싼 의혹은 해명 한두 마디로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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