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의 예전 자료를 찾아보니 야구복을 입은 모습도 있고, 배드민턴장에서 스매싱하는 사진도 보인다. 대선 때는 프로게이머로부터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도 배웠다. 선거 때는 뭔들 못 하랴 일축할 수도 있겠지만, 스포츠 공약도 경쟁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실했다.
이 대통령은 성남FC가 불합리한 판정 피해를 봤다며 K리그를 저격해 팬들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고, 수원FC 구단주인 경기 수원시장과는 승리한 팀이 상대 팀 안방구장에 구단기를 게양하는 ‘깃발 더비’를 성사시킨 적도 있다. 스포츠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축구를 매개로 팬들의 관심을 끌고 경기 보는 재미를 더한 흥미로운 사례다.
이 대통령은 스포츠의 효용성을 잘 아는 듯하다. 그의 공약 중 e스포츠의 중장기 발전 로드맵을 수립하고 부산을 그 메카로 만들겠다는 의지는, 2036 전주 여름올림픽 유치 노력과 더불어 관심을 갖고 지켜볼 사안이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헤쳐나가는 데 스포츠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궁금하다. 스포츠는 막힌 관계를 뚫고 돌파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최근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통화에서 각자의 골프 실력을 소개하고 동맹을 위한 라운드를 하기로 했다. 현존 최장타자 중 한 명인 브라이슨 디섐보와 라운드한 영상을 보니 트럼프의 핸디캡 2.5는 심한 과장은 아니었다. 트럼프의 골프를 평가한 책 ‘속임수의 제왕(Commander in Cheat)’은 ‘골프가 트럼프를 어떻게 설명하는가’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골프 실력이 부풀려진 것은 사실일 수 있다. 그럼에도 나이에 비해 드라이브 샷과 퍼팅, 어프로치가 꽤나 정교하다.
골프는 운동인 동시에 4시간을 함께해야만 하는 친교의 기회다. 그러나 특별한 목적을 갖고 진행하는 라운드는 매우 힘들다. 트럼프와 골프를 함께 친 대표적 정상인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91타를 쳐 (트럼프에게) 스코어는 졌지만 얻은 것이 많다”고 회고했다. 실제 그 골프 외교는 트럼프 1기 일본의 국익을 지켰다. 이 대통령이 실제 트럼프와 라운드를 하게 된다면 ‘전투는 지더라도 전쟁은 이기는’ 라운드가 되길 바란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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