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였던 李대통령이 ‘골프 외교’에 나설 때는[유상건의 라커룸 안과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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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당시 경기 성남시장으로 성남FC 구단주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 사진 출처 성남FC

2015년 3월 당시 경기 성남시장으로 성남FC 구단주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 사진 출처 성남FC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프로축구 시민구단 성남FC를 담당했던 기자에게서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었다. 2016년 축구기자단은 구단 프런트 팀과 친선 축구 경기를 했다. 후반전 시작 직전, 당시 경기 성남시장이자 구단주였던 이 대통령이 골키퍼 복장을 완벽히 갖추고 등장했다. 고위직 인사들은 통상 행사에서 악수만 나누고 자리를 뜬다. 정장 구두를 신고 시축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경기를 끝까지 뛰었을 뿐 아니라 이어진 회식 자리까지 함께하며 잔을 기울였다. 물론 당시 50대인 이 대통령의 축구 실력이 인상적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예전 자료를 찾아보니 야구복을 입은 모습도 있고, 배드민턴장에서 스매싱하는 사진도 보인다. 대선 때는 프로게이머로부터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도 배웠다. 선거 때는 뭔들 못 하랴 일축할 수도 있겠지만, 스포츠 공약도 경쟁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실했다.

이 대통령은 성남FC가 불합리한 판정 피해를 봤다며 K리그를 저격해 팬들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고, 수원FC 구단주인 경기 수원시장과는 승리한 팀이 상대 팀 안방구장에 구단기를 게양하는 ‘깃발 더비’를 성사시킨 적도 있다. 스포츠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축구를 매개로 팬들의 관심을 끌고 경기 보는 재미를 더한 흥미로운 사례다.

이 대통령은 스포츠의 효용성을 잘 아는 듯하다. 그의 공약 중 e스포츠의 중장기 발전 로드맵을 수립하고 부산을 그 메카로 만들겠다는 의지는, 2036 전주 여름올림픽 유치 노력과 더불어 관심을 갖고 지켜볼 사안이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헤쳐나가는 데 스포츠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궁금하다. 스포츠는 막힌 관계를 뚫고 돌파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통화에서 각자의 골프 실력을 소개하고 동맹을 위한 라운드를 하기로 했다. 현존 최장타자 중 한 명인 브라이슨 디섐보와 라운드한 영상을 보니 트럼프의 핸디캡 2.5는 심한 과장은 아니었다. 트럼프의 골프를 평가한 책 ‘속임수의 제왕(Commander in Cheat)’은 ‘골프가 트럼프를 어떻게 설명하는가’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골프 실력이 부풀려진 것은 사실일 수 있다. 그럼에도 나이에 비해 드라이브 샷과 퍼팅, 어프로치가 꽤나 정교하다.

골프는 운동인 동시에 4시간을 함께해야만 하는 친교의 기회다. 그러나 특별한 목적을 갖고 진행하는 라운드는 매우 힘들다. 트럼프와 골프를 함께 친 대표적 정상인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91타를 쳐 (트럼프에게) 스코어는 졌지만 얻은 것이 많다”고 회고했다. 실제 그 골프 외교는 트럼프 1기 일본의 국익을 지켰다. 이 대통령이 실제 트럼프와 라운드를 하게 된다면 ‘전투는 지더라도 전쟁은 이기는’ 라운드가 되길 바란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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