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도착하자마자 비 냄새가 짙게 남아있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폭우가 쏟아져 발사체 점검은 물 건너가는 듯 보였다. 다행히도 아침이 밝자 거짓말처럼 먹구름이 갈라지고 파란 하늘이 열렸다. 발사 전 최종점검(WDR)을 앞둔 16일 초록빛 발사대에 곧게 솟은 누리호가 긴장감 어린 현장을 압도하고 있었다.
누리호는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 발사를 통해 기술적 가능성을 증명했고 2023년 5월 3차 발사에서는 위성을 직접 궤도에 올리며 독자 발사 능력을 입증했다. 그로부터 2년 6개월 만에 맞는 이번 4차 발사의 의미는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선다. 발사체 제작 전 과정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3차 발사까지만 해도 한화는 단간 조립 등 일부 공정에 제한적으로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구성품 참여 업체 관리부터 단·전기체 조립까지 전 과정을 책임졌다. 본격적인 민간 우주개발 시대 ‘뉴 스페이스’의 개막을 알리는 전환점이다. 우주항공청이 출범한 이후 치러지는 첫 시험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고도화 사업을 통해 누리호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우주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의 또 다른 차별점은 탑재 능력이다. 3차 발사 때 500kg급 위성을 실었는데 이번에는 1050kg 규모로 두 배 이상 늘렸다. 박종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도화사업단장은 “누리호는 최대 2톤 이상 실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1·2차 발사 때 더미 위성을 통해 1500kg까지 탑재 능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WDR 시험은 극저온 환경에서 발사체 구성품과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박 단장은 “1차 발사 때만 시행됐고 2·3차 발사에서는 생략됐지만 이번에는 민간이 처음 주도하는 발사라는 점에서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옮겨진 누리호는 산화제 충전과 압력 테스트, 각종 제반 시스템 점검을 마쳤다. 이상이 없으면 다음날 다시 조립동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발사관리위원회는 이날 WDR 결과를 반영해 오는 26일 최종 발사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발사 시각은 새벽 12시54분~1시14분 사이로 예정돼 있다. 누리호는 발사 후 고도 600km 태양동기궤도까지 올라가 주탑재위성 1기와 큐브위성들을 순차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목표다.
조립동 내부에는 이미 5호기가 단조립을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 6월부터 내년 3월까지 작업을 마무리한 뒤 6월경 5차 발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4차 발사와 불과 7개월 간격으로 반복 발사를 수행하는 셈이다. 발사체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최종적으로는 민간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의 목표다.
지난 7월 항우연은 누리호 기술을 총 240억원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전하기로 했다. 국산 부품 비율은 94.1%에 달한다. 압력센서 등 일부 부품을 제외하면 모두 국내 업체에서 수급했다. 약 37만여 개로 이뤄진 누리호 1기에는 약 300개 업체들의 노고가 담겨 있다.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은 2022년부터 6년간 6873억8000만원이 투입되는 국가 프로젝트다. 네 번의 발사를 통해 민간 참여를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목표다. 6·7호기는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짓고 있는 순천 조립센터에서 조립을 진행하고 해상 운송을 통해 나로우주센터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상철 항우연 원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항공청,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긴밀히 협력한 결과 누리호 4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며 “2년 6개월 만에 발사가 이뤄지는 만큼 발사대를 비롯한 전반적인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고흥=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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