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무치게 그립고 애틋한 너, '은중과 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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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입력 2025.09.14 09:50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9월 12일 전 세계 공개
김고은x박지현이 완성한 눈물의 워맨스⋯공감 이끈 열연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잘 만든 수작이다. 대사 한 줄, 감정 표현 하나하나 엄청난 정성을 쏟은 것이 느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도의 길을 걸어간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꼭꼭 씹어서 그 맛을 음미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마지막까지 다 봐야 왜 그들이 서로를 이토록 놓지 못하고 애틋해서 했는지, 그 깊이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너무나 좋아해서 미웠고, 마지막 순간에서야 온전히 서로를 이해하게 된 두 사람이 너무나 안쓰럽고 애틋해서 눈물이 나는 '은중과 상연'이다.

지난 12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감독 조영민)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김고은 분)과 상연(박지현 분)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배우 김고은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배우 김고은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김고은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배우 박지현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11살에 처음 만난 은중과 상연은 세 번의 헤어짐 끝에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시 만나게 된 친구 사이다. 40대 성공한 제작자가 된 상연은 절교한 은중을 찾아오고, 암 말기라며 조력 사망을 위해 스위스에 함께 가달라는 부탁을 한다. 당황한 은중은 이를 거절하고, 상연과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첫 만남은 좋지 못했다. 상연이 은중의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고, 두 사람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앙숙과도 같은 사이가 된다. 우유 배달을 도울 정도로 집 사정이 좋지 않았던 은중은 화장실이 두 개나 있는 아파트에 사는 상연을 부러워하고, 상연은 자신에겐 엄한 엄마가 은중을 다정하게 대하는 걸 보고 질투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중학생이 되어 누구보다 가까워지고, 은중에겐 첫사랑도 생긴다. 바로 상연의 오빠 상학(김재원 분)이다. 사진 찍는 것과 영화를 좋아하는 상학은 은중과 상연의 인생에 너무나 큰 영향을 끼친 인물. 그리고 20대 대학생이 되어 사진 동아리에서 만나게 된 또 다른 상학(김건우 분) 역시 은중과 상연의 관계를 뒤흔든다.

위태로웠던 20대를 지나 30대 영화판에서 은중과 상연 그리고 상학이 재회한다. 은중과 상연은 프로듀서가 됐고, 상학은 촬영감독으로 능력을 인정 받는 중이었다. 세 사람은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다가도 갈등한다. 그 과정에서 상연은 은중에게 또 한 번 큰 상처를 주고 "너도 나처럼 망가졌으면 좋겠다"는 비수를 꽂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절교했고, 은중은 드라마가 작가로, 상연은 영화 제작자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배우 김고은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배우 박지현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김고은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배우 김고은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그러던 중 상연이 은중에게 사과하는 동시에 스위스 동행을 부탁하기 위해 찾아온 것. 거의 모든 일생을 함께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서로에게 너무나 많은 영향을 끼친 두 사람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진정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은중과 상연'은 동경과 질투, 애증, 열등감 등 친구, 가족, 연인 사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너무나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단순히 좋아한다, 싫어한다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미묘한 감정이 은중과 상연 사이에 존재한다. 은중은 뭐든 잘하고 빛나는 상연을 부러워하며 속상함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은중은 몰랐다. 상연 역시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은중을 부러워하고 질투했다는 것을. 특히 늘 혼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했던 상연은 은중을 참 많이 미워했다.

스스로를 "나쁜 년"이라고 말하면서까지 은중에게 큰 상처를 안겨주는 상연의 결정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이마저도 가슴 아프고 이해가 되는 건 그만큼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선을 묵직하게 잘 쌓아왔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읽고 있던 소설책의 한 구절이 그대로 화면으로 옮겨져 표정, 목소리로 생생하게 표현이 되는 듯 하다. 어떻게 이렇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의 굴곡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대사의 쉼표, 마침표까지도 숨을 쉬는 느낌이다. 그래서 온전히 이들의 서사에 몰입해 같이 웃고 울게 된다. 은중과 상연은 물론이고 남겨진 이들의 아픔과 상념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15회 내내 마음이 일렁인다.

배우 김고은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배우 김고은, 박지현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김고은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배우 김고은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김고은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배우 박지현이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김고은과 박지현의 열연은 '은중과 상연'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다. 20대부터 40대까지 연기해야 했던 두 사람은 은중과 상연 그 자체로 존재한다. 원래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알려져있지만, '은중과 상연' 속 김고은과 박지현은 연기 포텐을 제대로 터트리며 캐스팅의 이유를 완벽하게 증명했다. 두 사람이 아닌 은중과 상연은 이제 상상이 안 된다. 어느 한 장면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매 순간이 애틋하고 소중해서 사진으로 남겨 그리울 때마다 꺼내 보고 싶을 마음까지 든다. 그만큼 빈틈 하나 없이 '은중과 상연'을 꽉 채워낸 두 사람이다.

여기에 두 여자의 인생을 뒤흔든 두 상학, 김재원과 김건우를 비롯해 장혜진, 서정연, 이상윤, 차학연, 공민정 등 모든 배우가 탄탄한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특히 상연의 엄마 서정연과 은중의 엄마 장혜진은 진하고 깊은 연기로 극에 현실감을 더했으며, 아역 배우들까지도 멋지게 극 초반을 이끌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해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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