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제약업계에서 의약품영업대행전문업체(CSO)를 활용한 영업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는 고정비를 줄이고, 의료기관 대상의 전문 영업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효율성과 유연성을 갖춘 구조로 평가된다. 실제로 다수의 중소 제약사뿐만 아니라, 매출 확대를 노리는 대형 제약사들도 특정 제품군에 CSO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율성의 이면에는 치명적인 법률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불법 리베이트’ 문제다. CSO는 통상 제약사로부터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아 영업을 수행하며, 그 과정에서 의료인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행위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가 수년째 업계의 논쟁이 되어왔다. 이제 이 문제는 논쟁이 아닌 현실이 되었고, 책임의 최종 귀착점은 제약사라는 인식이 뚜렷해지고 있다.
s형사·행정·세무 리스크, 전방위적 압박
CSO와 관련된 법적 리스크는 형사, 행정, 세무 영역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다. 형사 측면에서는, 제약사가 CSO의 불법 리베이트 행위에 명시적으로 관여했을 경우는 물론, 과다한 수수료 지급이나 사실상 리베이트 재원으로의 활용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묵인한 경우,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판례는 이러한 ‘공모 공동정범’의 법리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으며, 수억 원 이상의 리베이트가 문제가 된 사건에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되어 실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행정처분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약사법 위반으로 제약사 품목에 대해 판매업무 정지나 허가 취소가 가능하며, 요양급여 상한금액 감액, 급여 정지 및 과징금 부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CSO의 불법행위가 제약사에 귀속되는가’에 대한 쟁점은 행정소송에서도 반복적으로 다루어졌으며, 법원은 일관되게 “고의·과실이 없더라도 제약사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해왔다.
세무 리스크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과세당국은 영업대행 수수료가 불법 리베이트의 재원이 된 경우 해당 금액을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이는 법인세 추징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사건에서는 CSO에게 지급된 수수료가 회계상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한 채 전액 부인돼 수십억 원대 세금이 추징된 바 있다. 특히 소규모 CSO나 1인 CSO의 경우 회계 처리 및 지출 증빙이 미흡해 관련 리스크가 더 크게 부각된다.
점조직, 재위탁… 관리 사각지대 해소 필요
CSO의 또 다른 구조적 특징은 ‘점조직화’ 또는 ‘하청 구조’다. 복수의 제약사와 계약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 업무는 하위 CSO로 재위탁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 영업 주체가 불분명해지고 책임소재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다. 규제기관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24년 10월부터 ‘CSO 신고제’를 시행해 의약품 판촉영업자는 반드시 사전에 등록하고, 계약서 및 지출내역을 5년간 보관하도록 했다. 재위탁 시에는 이를 제약사에 서면으로 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실제 제약사 입장에서 재위탁된 하위 CSO의 행위까지 사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법적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재위탁 사실을 인지하거나 인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관리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사각지대 없이 CSO의 행위 전반을 통제하려는 입법·사법적 흐름은 앞으로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책임 분산이 아닌 리스크 관리 전략을
그렇다면 제약사는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까? 첫째, 영업대행 수수료의 기준을 내부적으로 명확히 정립하고 계약 시 이를 문서화해야 한다. 업계 평균이나 제품 마진, 실제 성과 등을 기준으로 한 객관적 산정 방식이 요구된다. 둘째, CSO 계약서에 리베이트 금지 조항, 교육 이수 의무, 재위탁 고지 의무 등을 명시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검토·갱신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분기 또는 반기별로 지출보고서와 활동 결과를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제삼자 감사를 실시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CSO를 이미 활용하고 있는 제약사나 장래에 CSO 활용 여부를 검토 중인 제약사는 관련 법률 구조와 규제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발생할 수 있는 형사·행정·세무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외주화된 영업 조직’으로 간주하는 관행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CSO는 명백히 제약사의 사업 전략에 통합된 구성요소이며, 그 활동에 대한 법적·윤리적 책임은 제약사에 함께 돌아온다는 인식을 전제한 리스크 관리 체계가 요구된다.
권동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대법원 지식재산권조 재판연구관, 서울 고등법원 고법판사, 특허법원 제1호 고법판사를 역임했다. 오랜 재판실무경험을 통해 법적 분쟁의 공격방어에서 의뢰인의 이익을 법률적으로 확실하게 뒷받침하여 승소를 이끌어내고 있다. 메디톡스를 대리하여 17전 16승의 전무후무한 실적을 거두는 등 국내 지식재산권 및 바이오헬스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