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관이 함께 'R&D 투자 생태계' 구축해야…K-바이오 글로벌 도약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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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관이 함께 'R&D 투자 생태계' 구축해야…K-바이오 글로벌 도약 가능하다

바이오헬스산업은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동시에 국가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제약·바이오 강국은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기업이 정부 주도의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 10년간 신약 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과 장기적 투자 기반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채 경쟁에 뒤처질 위험에 놓여 있다.

지난해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사 상위 30개 기업의 R&D 투자 총액은 2조9000억원 수준으로 글로벌 빅파마 기업 한 곳의 연간 R&D 투자 금액에도 미치지 못한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유한양행 등 일부 기업은 1000억원 이상의 R&D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파마와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크다. 예컨대 머크는 한 해에만 179억달러(약 24조원)를 R&D에 투자하며 로슈,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등도 각각 10조원 이상을 집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지원 역시 제한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중심으로 2024년 바이오헬스 분야에 수천억원의 R&D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수십조원 규모인 중국 과학기술 R&D 예산과 일본의 바이오경제 전략 예산에 비하면 규모 면에서 크게 뒤처진다.

신약 개발은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과 수천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고위험·고비용 산업이다. 초기 임상 실패율이 높고 규제 허가까지 과정도 복잡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소규모 기업 위주의 투자만으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어렵다. 특히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은 기업공개(IPO) 이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임상 2상 이후 글로벌 기술이전이나 라이선스 아웃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따라서 ‘소버린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국가대표 5팀을 선정하는 프로젝트처럼 바이오 분야에서도 국내 바이오산업을 대표할 수 있는 대형화·기획화된 투자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과 함께 민간 대기업이나 다른 산업군의 자본이 바이오산업에 유입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공동 펀드 조성, 규제 완화 등의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

R&D 투자 여력이 충분한 국내 10대 그룹 등 대기업군의 투자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른 산업에 속해 있더라도 대기업이 보유한 수조원대 유보 자금을 바이오헬스 R&D에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국내 바이오산업의 자금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단순한 투자 유치에 그치지 않고 공동 연구개발, 기술 융합, 글로벌 진출 전략까지 포괄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촉진하기 위해 산업 간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대기업의 바이오 R&D 참여에 대한 정책적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순한 창업 지원이나 기술이전 중심의 정책을 넘어서야 한다. 지금은 국가 차원의 전략적 R&D 투자 확대와 산업 간 협력 모델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고, 불확실성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 생태계를 구축해야만 진정한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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